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생미역 쌈

만년지기 우근 2008. 2. 21. 01:03

생미역 쌈

                         우근 김  정  희

 

 

부산에서 처음으로 생미역으로 쌈을 먹었다

처음엔 너무 비릿한 냄새 엮겨워 못먹다가

고추장 간장에 억지로 억지로 집어 넣을때

미역 향기가 코끝으로 당기면서

기장 생미역은 이때쯤이면 먹고싶은

내가 가장 먹고픈 먹거리가 되었다

 

아니 추억이되어서 나를 부추긴다

입맛이란 추억을 그대로 드러내고

기억하고 싶지않지만 생미역은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따스함이 전해지고 다시마 곰피로

새로운 봄을 몸에 가득 채웠던 시절

어느사이 나는 부산만 생각해도

생미역부터 시작하는 겨울이 가고

봄이 향긋해 진다

 

바다 바람이 부는 자갈치 시장에서

첫 새벽을 한번 열어 보고싶다

생미역을 보며 나는 그 시간으로 간다

많이 쌓여져버린 이제는 잊혀졌지만

생미역은 나를 시장으로 데려가고

사람으로 미움이 사그라지고

생미역 쌈에 다 다 녹아져 내린다

 

생미역 쌈은 어디서 먹어볼까 

봄바람에 실려서 향그러운 촛불 하나 밝히며

시름을 잊어버리게 한다 

나긋나긋하게 다가오고 어느사이

새해가 되면 찾는 생미역으로 나는

처음으로 보았던 촛불 하나를 다시켜고

아 사랑이라고 말했던 사람 아스라이 갔지만

버려버린 사람 다 없어지고 거기에 남은건

생미역 쌈이 나를 보내려 한다

촛불을  지금도 태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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