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그림으로 그리면
우근 김 정 희
긴긴 여정이 머물다가 멈추어 버린
나는 어디로 가는지
선술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담배 연기가 멋스러워서
이슬이는 친구가 되어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찾아본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동태찌게에 익어가던 겨울이
꼬리를 감추어가고 서리 서리 가거라
점점 익어만 가는 저녁이 좋아라
서울 오래된 묵은지같은 동네에서
봄똥 겉절이에 깍뚜기에
우리는 작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이 넘쳐서 어쩔줄 모르고
가슴만 뛰는지 말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달빛만 휘영청
전신줄에 매달려서 밤을 달랜다
묵은지가 되어버려
깊어진 사랑 그녀 눈이 빛난다
나는 이슬이를 친구삼아 때우고
그만한 사람보다
그많은 사랑보다 더
이야기는 작은 보따리에 실어서
잡지처럼 늘 지니고 다녀도 좋아라
어느 하루가 있어서 웃는다
어느 사람이 있어서 좋아라
어느 사랑이 있어서 끝이다
그런 하루가 간다
다른 하루가 온다
어느 하루 사랑하던 사람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