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의 일을 마치고 미리 기사님께 부탁해 둔 장소ㅡ 서산 톨게이트에서 잘 다녀오라는 일행들의 인사를 받으며 내렸다
인적이라고는 없는 고속도로 가에 서서 전화를 하니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냉큼 달려온다
오후 3시 30분 ㅡ 3박4일 뿌리 다지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차에는 미리 꾸려 놓았던 보따리가 셋
남편과 내 옷보따리 각 하나와 간식 보따리 하나
간식 보따리를 들여다 볼짝시면..대충
컵라면이 둘, 오이피클, 잘 상하지않는 페스츄리 그리고 곁들여 먹을 매운 고추가 첨가된 치즈,
가미가 안된 아몬드와 소금기가 많은 믹스 넛, 커피믹스가 세종류,
쥬스 캔, 졸음방지용 껌, 귤과 오렌지, 롤케익, 그리고 보온 병이 둘, 포크가 둘 둘 젓가락과 칼 그리고 스푼이 하나씩
남편이 전 휴게소에서 사서 먹다 남긴 호도과자 그리고 육포까지.. ......든든하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노릇인데 그러니 길 떠날 때마다 언제나 젤로 풍성한 게 먹거리다
첫번째 휴게소에서 핫바 하나씩을 사 먹는 것으로 여행의 시발점을 삼았다
남원을 지나고 전주를 거쳤던가?
광주를 지나서 오늘의 목적지인 창평에 도착한 시간이 어스름 7시가 가까운 시간
창평은 원래 담양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반일 성향이 강한 탓에 일제치하에 위치가 뒤바꿨다는것도 같고... 아님 말구
저녁 어스름과 환상적인 커플처럼 맞춤인 아주 오래된 ㅡ 200년을 훨 지났다는 돌담길은 남편이 어젯밤 인터넷을 검색해 놓은 결과물
하나같이 귀퉁이가 떨어지고 깨어진 기와를 힘겨운 듯 정수리에 올려 놓은 세월을 입은 돌담은 굽은 선을 길다랗게 긋고 서 있고
울 안에는 역시 고색이 창연한 고옥들이 더러는 살림집으로 더러는 텅 비인 채로
햇빛을 떠나 보내고 달빛은 아직인 채조금은 음울하고 조금은 쓸쓸한 모습으로 무딘 내 감성을 일렁이게 한다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물어물어 찾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기와집은 장흥 고씨 어르신이 살으셧다는데
지금은 손질을 위해 아무도 살지않아 마치 폐허같았지만
세월의 무게에 바스라지고 일그러진 모습으로도 초라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연해 보였다
마당 한 가운데로 얇게 편 뜬 돌로 쌓아올린 낮으막한 굴뚝, 안채와 사랑채, 부엌과 그 곁방, 자그마한 연못 터,
곡식이며 농기구가 있는 창고 여럿, 앞뜰 뒷뜰, 헛간과 풍덩 변소,....
뜰 한켠에 70도 각도 쯤으로 모질게 기울어진 채로 잘도 자라고 잇는 늘푸른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이 집의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했다
창평에서는 이 동네를 ㅡ 슬로우 씨티 ㅡ 라는 명칭으로 특화할 계획이라는 것 같고..
이미 사위가 어두워지고 차를 되돌려 오는 길에 보아두었던 모텔을 찾았다
대실료 15000원, 숙박비 20000원
정갈하고 값도 싸고 냉장고도 정수기도 있고 그 안에는 음료수도 둘 있는데 문제는 침대가 타원형도 아닌 바른원이다
자다 보면 자꾸 발이 침대 밖으로 떨어져 나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겉보기는 한 무드 하더만.
이 집 뿐만 아니라 다음 숙소에서도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고객이 요구 때문인지 써비스 과잉인지 다음 숙소 두 곳의 난방 역시 너무 과했다
뭘 먹을까 궁리하다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드뎌 역사적인 ㅡ 첫날밤? ㅡ 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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