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너를 생각하면

만년지기 우근 2009. 1. 11. 18:28

너를 생각하면

                                허주 김  정  희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누구에게는 애타는 마음이 있었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았다.

코트를 입고 현관을 나와서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순간 없다.

어쩌면 좋아.

어느 하늘 아래에 있을까?

지금은 내 자신이 힘드는데 없어지면 안되는데 ---

혹시 혹시나 전화가 올까.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내 곁을 떠나서 전화도 울리지 않는다.

 

명함도 있고 주민등록증도 있고 자동차 면허증 도서관대출증 그리고 몇개의 카드들 ---

내가 어디까지 지갑을 열었는지 생각을 정리 해본다.

아니,이 지갑을 살때부터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린다.

세상 인심도 생각해 보았다.

어느날 연건동 55번지에서 살때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려고 하면

하루에 몇개씩 아이가 지갑을 보면 사람에게 찾아주라고 했다.

지갑을 잃어버리던 날.

인연의 끈이 이어지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자끈둥하며 끊어지는 바늘 하나 부러진 걸로 그 마음을 표현한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대목이 생각이난다.

선물을 받은지 며칠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선물을 해준사람과 새벽까지 다녔던 곳을 다시 전화도 해보았지만 없다.

지금 몹시 차가운 겨울 바람에게 말했다.

그래 지갑 잃어버린 걸로 내 모든 액운 다 가져가라.

새로 태어난것처럼 다시 만들어야지.

더 큰것이 없어졌어도 살아갔는데 나에게 떠나버린 인연.

누군가가 다시 내게 주었으면 제일 좋겠다.

아니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주워서 새것이니 잘 썼으면 한다.

어제 다시 경동시장으로 추위를 뚫고 찾은 처음들어 간 식당에는 문이 잠겨져 있다.

 

할머니가 전기장판에 누워계셔서 애처롭게 보였고 옛날 연탄재 위에 올려놓았던 별모양 삼발이를

너무나 오랫만에 보니 반갑기도 했지만 디카로 보니 별이다.

나는 왼쪽 호주머니에 있는 디카에 반짝이기를 바라면서 별을 담았다.

할머니께서 내오신 바다 게2마리를 안주삼아 추위를 녹이고 술을 오가피를 시켰다.

그집 오가피주가 삼천원이였다.

할머니 "다른데서는 이 가격에 못먹어요"

그렇다. 해물탕도 다른곳과는 비교도 안되게 싸다.

겯동시장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라서 싸다고 말씀하신다.

디카는 왼쪽 호주머니에 들어있었고 지갑은 오른쪽 호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다시 생각을해보니 벽담스님께서 평생부적이라고 만들어주신 부적도 들어있고 선생님들 명함도 들어있고

무엇이 중요한가.

그분들의 마음에서 만들어주신것들이 나에게서 떠났다는게 조금 많이 섭섭하다.

바람에게 나는 추운 겨울바람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다시 쓰여지지 않는 곳 쓰레기에 치워진다 하더라도

이제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너와의 인연은 이렇게 오래가지 못하는 인연으로 끝나는구나.

좋은 인연이 떠오르고 슬픈 인연도 있고 없었으면 하는 인연도 있었다.

사십대를 사춘기라고 한다면 오십대는 오춘기이다.

사춘기에서 오춘기에 접어든 나에게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든지

사춘기때 썼던 예전 지갑을 다시 꺼내서 써야한다.

따스한 겨울이 오기를 바란다.

추운 발걸음이 아닌 따뜻한 마음들만 보듬어 보기로 한다.

선향선생님 연말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더니 이번에는 나다.

2009년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좋은 소식만 기다리기를 ---

며칠동안 겨울이 많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