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백마탄왕자
우근 김 정 희
팔월 어느날 백마탄왕자님은 나를 보더니 백설공주만 하라 한다.
모든것은 백마탄왕자님께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해요.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람이란.
몇가지 얼굴로 살아갈까.
야누스 인간.
탈바가지가 아니여도 자신의 얼굴 만큼은 자신이 볼 수 없다.
거울이라는 매개체 같은 종류가 있어야 자신의 얼굴이 투영된다.
내가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나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사진을 보면서 어! 내가 왜이리 살이 많이 쪄있지?
나는 내 얼굴을 아직도 20대로 착각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자신은 훌쩍 지천명 나이가 되어 있는데 사진으로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무척이나 어색하기만 하다.
어제 차에 실려져 있는 회사짐을 남양주 수동면에 있는 창고로 옮기기 위해 갔다.
몽골문화원을 지나서 나오는 창고로 가는데 계절 가을은 어기지않고 가을 향기를 마음껏 내 품으며
우리 마음을 설레게 했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잔잔한 가을소리로 흐르고 있다.
그제 저녁 친구들과 축하연으로 과음을 하고 새벽 장대비가 내리는 종로 길을 걸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쁘고 좋은 일에 이렇게 축하를 받는 다는것과 30년 친구라고 말하면서
우정을 말하던 친구의 모습에 나는 노래방에서 첫곡으로 김민기의 "친구"를 불렀다.
나도 그 친구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친구들은 내가 홀로여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래도 나는 내 나름대로 살아왔는데
이제서야 돌아다보니 내가 친구였어도 나를 보면서 늘 안스러웠을 것이다.
이제서야 만난 짝이다.
그날 저녁 아들도 같이 충무로에 있어서 왔다.
처음 만남을 친구들과 같이 했다.
사회복지대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은 학생이다.
아들도 맑고 순수했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 희망들은 모두 다 한마음이다.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함께 살면서 같이 뛰어노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대가족 사회는 현대시대에 꼭 필요로 한다.
옛날에는 여자는 집안 살림이나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시대라고 말한다.
이제는 부부가 다 일해야만 한다.
아이들을 낳으면 어떻게 되는가.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사장이라서 그나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납품을 시키고
저녁 접대 술자리에도 데리고 다녔다.
아이가 얌전하게 혼자 놀다가 잠을 자주어서 그래도 쉬웠지만
아무리 쉬워도 아이는 아이였다.
그런데 누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겠는가.
우리시절이야.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고 말했지만 그걸 잘못 해석해서 남존여비만 만들었고
사실 전라도에서 여자는 사람도 아니라고 말했다.
시집을 가면 남의 집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랬을까.
비금리 손두부집에서 점심을 먹고 창고에 짐을 부려놓고 다시 손두부식당으로 갔다.
숙소를 정하고 감자전에 동동주를 시켜놓고 토끼꽃이 피어 있어 그중 4개를 가져왔다.
백마탄왕자에게 꽃반지를 해주었다.
옥반지와 꽃반지 사진을 찍었다.
백설공주는 꽃팔찌를 했다.
동동주와 감자전으로 저녁 노을이 사랑으로 여울져 노을로 노오란 가을단풍이 든다.
깊은 산속 저녁은 아주 가까이에서 가을 노래를 쉼없이 부른다.
아름다운 시간이 유유하게 흐르고 우리는 가을편지를 쓰며 사랑가로 녹여져 갔다.
새벽 바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날마다 새벽3시에 일어나서 촛불을 켜고 향을 올리면서
기도로 시작하는 오늘이 문을 두드린다.
옆에서 잠을 자고있는 백마탄왕자님이 깰까봐 까치발로 가만 가만
핸드백에서 꺼낸 하얀색 메모지장에 오랫만에 가을편지를 써내려 갔다.
컴퓨터로 적응하기도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지만 들고온 노트북 컴퓨터는 무용지물이였다.
같이 있을때면 항상 팔배게를 해주었다.
백마탄왕자님은 잠을 자다가 옆에 내가 없어서 깜짝 놀라 깨면서 말한다.
"지금 뭐하는 거야.잠이나 자."
정말 순간적으로 더욱더 깜짝 놀란 건 바로 나다.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만 잔잔하게 들렸는데
큰소리에 얼마나 순간 놀랐는지 모른다.
몇시인가 보았더니 새벽4시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이제 잠을 자면서 옆에 내가 없으면 항상 손으로 찿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랑이란.
필요로 할때 항상 옆에 앞에 있어 주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배려해주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나는 그가 되어 나를 바라보고
그는 내가 되어 그를 바라보고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 내세우는 사람이 아닌 서로 서로의 얼굴이 되어 주어야 한다.
새벽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아침 해가 뜨고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을 맞이하려고 새벽내내 흐르고 있는 개울가로 걸음을 옮기며 한발자욱을 내딛으며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뛰는 가슴으로 사랑이 마구 뛰는 걸 보았다.
막상 가 본 개울물은 으악하게 몸서리가 쳐졌다.
이 깊은 산골 물도 뿌옇게 침전이 되어가다니 물이 맑지 않다면 누군가가 오염된 물의 주인공일까?
물이 심하게 오염이 되어 있다면 분명 위에서 오염원이 있을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물이 아니다.
많이 많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철밥통들 뭐하고 있기에 물이 이렇게 오염되게 행정을 했을까.
손두부집으로 발을 옮기는데 어제 보았던 말이 도로를 달린다.
말이 길거리에서 달리는 걸 본지가 언제였던가.
디카를 가지고 길로 나섰다.
말은 언제 나타나려는지 모르겠다.
아침을 자연과 같이 보내는 6살 여자아이가 다리위에 서서 개울물과 친구가 되어
한참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다.
서울에서 컴퓨터와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추억이나 있으려나.
자연과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가 부러웠다.
5살 여자아이와 여섯살 언니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꽃을 찍고 있는데 와서 말한다.
"무얼 찍고 계세요?"
"아침이슬을 찍고 있어요."
"꽃을 찍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아침이슬을 머금은 꽃을 담고 있어요."
"아저씨는 몇살이세요?"
"응,네살 백마탄왕자야."
"아줌마는 몇살이세요?"
"다섯살 백설공주야."
"에잉,까르르 까르르 ~~~. 거짓말 "
"정말이야.백마탄왕자는 하얀머리에 네살이고
치마입은 백설공주는 다섯살이야?"
"그럼 나보다 더 어리네!"
"그렇지! 그러면 좋지 언니가 되네?"
"너도 그럼 나이를 먹지말고 세살하자."
"싫어요.나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많은게 좋으니?"
"예"
"동생도?"
"예"
그래 그래 한참을 웃으면서 말했다.
아침을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다가와서 묻는다.
"백설공주가 왜 이렇게 나이가 많아요?"
"백설공주도 백마탄왕자를 만나서 오래 살다보면 늙어지는거야."
"에~잉,거짓말."
백설공주는 나이를 먹지 않았을까?
백마탄왕자는 흰머리가 되지 않았을까?
백설공주는 동화에서 그대로 살아 오늘도 전설이 된다.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거울은 누구였을까?
나는 어릴때도 그게 궁금했다.
거울은 아마 왕이였던 백설공주 아빠였을거야.
"거울아,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그 거울이 백설공주라고 대답하자.
백설공주가 없어져 주기를 바란다.
아니? 없애버리기위해 마귀할멈을 보내
독이든 사과를 먹인다.
일곱 난장이와 백마탄왕자.
백마탄왕자가 뽀뽀를 해주니 백설공주가 잠에서 깨어난다.
전설이 되어버린 백설공주와 백마탄왕자는 오늘도 또 다른 사랑의 나라로 간다.
전설이 되어버린 사랑이 아니라 사랑으로 전설을 만들기 위해
손두부집 두 공주와 아침을 먹는 내내 까르르 까르르 웃고 또 웃고
한없이 웃으며 서로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입을 보면서 또 웃었다.
한참을 웃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웃는 시간을 길게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세상살이 살다보면 웃는 일보다는 스스로에게 웃는다는게 얼마나 어색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잡혀서 아니 갇혀져서 살아왔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올 가을 햇살처럼 활짝 웃는 아무런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널려져서 세상을 웃음잔치로 만들고 싶다.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보여 주면서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이 순간 아름다움으로 보여지는 사람이 되고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