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한벌도 없이 간 사람
우근 김 정 희
故 신동수님은 평생 양복 한벌도 입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영정사진을 디카로 보니 양복을 입고 있다.
집에는 넥타이 한개도 없다.
공무원증으로 영정사진을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
공무원증을 다시 보니 흰색 여름 옷이다.
영정사진은 합성사진이였다.
그러면 그렇지.
나에게는 평생 남자들이라는 게.
좋은 추억 하나가 없었는데---.
정말 나에게는 그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 만 그는 내게 주었다.
나를 여자로서 행복하게 해주었다.
만난지171일 되던 날.
그는 근무지 서울 문묘 육일각에서 세상을 버렸다.
혼인신고 서류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나 홀로 퇴계원에서 어떻게 살아 가라고 이러는가.
200일 되던 날.
양복 한벌 선물로 해주려고 했는데 못 받고 그만 그만 가버렸다.
그와 인연은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어 버렸다.
울지 말자.
눈물을 흘리지 말자.
그러는데도 계속 눈물이 흐른다.
이러다가 쓰러지면 안되는 데 ---.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아프면 안된다고 나를 진정 시키는데
안된다.
글을 써야 하는데.
그 사람 억울한 사연을 써야 하는데.
유서에서도 억울하다고 누명을 벗겨 달라고 절절하게 썼는데.
누명은 벗겨 주어야 하는데
내가 약해지면 안되는데.
하늘이시여.
나는 어쩌란 말인가요.
공무원으로 살아가면서 평생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았던 사람인데.
얼마나 아파하면서 갔을까.
육필로 남긴 마지막 글.
내가 파랑색을 좋아해서 파랑색으로 썼다.
노트북을 빨리 사무실에서 가져와서 새벽에 일어나면
글을 쓰고 여행 같이 다니면서 사진도 올리자고 했는데.
노트북에 쓰인 유서를 보았다.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것 같다.
나도 그 곁으로 그렇게 가버리고 싶다.
하지만 고인의 뜻을 너무나 잘 안다.
결혼식은 안하더라도 카렌스가 결혼 선물이라면서
카렌스는 내 차라고 말한 사람이다.
우리 두 사람이라도 세상에 살면서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다가 가자고 했는데.
홀로 된다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 걸.
나도 이제야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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