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우근의 한소리

아란야에서 49재와 천도제를 지내며

만년지기 우근 2010. 2. 10. 03:22

 

 

 

 

 

 

 

아란야에서 49재와 천도제를 지내며

                                                            우근 김  정  희

 

당신이 내게 결혼을 하자고 했던 속초해수욕장 벤취의 여름밤 생각을 했습니다.

만난지 171일째 당신은 내 곁을 떠났습니다.

저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올것만 같은데 벌써 50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결혼을 처음으로 들으신 진관스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아란야에서 재는 처음이었습니다.

부처님 점안식 빼놓고 다른 행사를 한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제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란야는 겨울 햇살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추워 주어서

도혜스님께서 저녁10시까지 기도해 해주신 걸 당신도 보셔서 잘 알겁니다.

이제 여기는 잊으시고 좋은곳으로 가셔서 마음 편안했으면 합니다.

당신 위패를 들었을때 제 손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는 당신을 저는 잘 알고 있어요.

떠나기 전날 당신은 내게 말했었지요.

천년사랑도 부족하니 만년 사랑을 하자구요.

나는 만년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었지요.

그래요.

우리는 이생에서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도 많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살고 싶었던 당신 이제는 당신이 내게 주었던 사랑을 노래할겁니다.

친구가 번역한 죽은 사자의 서를 내내 기억하고 있어요.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을 위해서

열심히 정독하며 읽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당신 가시는 길이

험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생에 남아있는 집착 버리시고

있는 그대로 거기에서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날마다 깨어나서 드리는 기도 당신께 바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뿐이라는 걸

당신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당신을 보내며 나는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세상살이에서 나를 가장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어찌 해야하나요.

그 모습 그대로 떠나시고 여기는 잊으시고

부디 좋은곳에서 항상 웃음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행복한 시간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내게 준 빛나는 사랑만 이 세상에 남을 겁니다.

그동안 마음이 너무나 놀라고 아파서 사실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잘 몰라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알것도 없겠지만 살면서 살아가면서

내 내 마음을 시리게 할 당신입니다.

다시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으면 합니다.

아무리 아닌척해도 아닌것은 역시나 아닙니다.

겨울눈이 내리고 겨울비가 내리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나를 찾아올것만 같아.

그대 어느 길에 서있는지 몰라도 사랑한 우리의 시간은 남아

시간을 초월해 내내 가슴에 남겨지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 그대로 가져 갈 겁니다.

내 인생의 가장 축복은 당신이었습니다.

  

 

 

 

 

 

 

 

 

 

6142

 

'우근 창작 한마당 > 우근의 한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망초5 억울한 사연 언제나 해결되나  (0) 2010.03.18
2010년 지자체 선거는 과연 어떨까?  (0) 2010.03.06
양복 한벌도 없이 간 사람  (0) 2009.11.29
편지  (0) 2009.07.26
  (0) 20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