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우근 김 정 희
달동네 골목길 내려가다가
감꽃 하나 떨어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생각 주머니는 벌써 창평면 유천리에 먼저 가 있다
감꽃을 먹으면 떫다
그래도 감꽃 수북히 모아서
실로 긴 긴 목걸이를 하고 다니다
먹기도하고 또 떨어지기도 하고
한번 먹어볼까
마음만 먹고 싶지 손이 가지 않는다
시멘트 콩크리트 계단 바닥에 떨어진 감꽃
한때라 말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파
아픔없던 시절
찔레꽃 한송이씩만 먹고 오라던 외할머니
어쩌면 내 사랑은 할머니 표인지 모른다
어쩌면 내 사랑은 할머니 눈인지 모른다
어쩌면 내 사랑은 할머니 감인지 모른다
어쩌면 내 사랑은 할머니 꽃인지 모른다
할머니 집은 은행나무 두그루
파시 감나무 한그루
뽕나무 한그루
나때문에 살아난 살구나무 살구는 정말 맛 있었다
작약꽃은 밭을 이루웠고
해당화도 목단꽃도 피어나
작두물로 하루가 일어나고
대나무 잎파리 노래로 하루가 잠들어가는 내 고향
유천리로 나는 가고 싶다
유천리로 돌아가 살고 싶다
없어진 할머니집
마루에 누워 보면 할아버지 바위가 날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계시고
큰 바위 얼굴을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던 마음
그렇구나 바로 나구나
그렇게 그렇게 다짐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하늘에선 우르릉 우르릉 소리가 들리고
혜정스님 전화 목소리에
인연따라 다시 처음을 시작하자 한다
천둥소리, 바람소리,비내리는 소리
살아 있다는 소리
나는 살아 있는가
나는 살아가고 있는가
유천리 감꽃 먹고 싶다
나는 언제 갈 수 있으려나
나는 언제 살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