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명륜동 겨울은

만년지기 우근 2010. 11. 20. 02:38

 

 

자! 사진을 찍습니다.

"너또 컴퓨터에 올릴려고 그러지?"

사장님.

그럼 제가 근거를 남겨야지.

누가 남기나요.

월드컵때 사진을 올렸더니 한번으로 되었으니 그만 올리세요?

그래서 한번만 올린걸로 기억한다.

월드컵때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지지 않아서 내가 자원봉사를 몇일동안 해드렸다.

지금은 간판이 바뀌어서 숯불치킨구이인지 ~~~.

잘 모르겠네요.

새롭게 단장한 간판도 찍어야겠어요.

 

 

서산 밭에서 직접 뽑아서 사장님 차로 공수한 배추에 들어 갈 속이 붉은 다라이 둥그럽게 생긴 큰 다라이에 가득찼다.

여기에 나도 채칼로 무우를 2~5개는 채를 만들었다.

 

 

 

종로구민회관에서 배드민턴을 치시는 분도 계시고 모르시는 분들은 사장님 친구시란다.

귀걸이에 목걸이가 현란하신분과 나는 일을 못한다고 시다나 하란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 보니 시다는 잔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말하나 보다.

 

 

그래도 장갑은 끼시고 게시네?

먹을걸 조금 챙기시러 오셨겠지.

배추 머리를 다듬으셨으니까.

 

오른쪽이 숯불구이 치킨집 여사장님이시다.

 

명륜동 겨울은

                                  우근 김  정  희

 

작년 어느곳과 결별을 선언하고나니 가장 어려운게 있다.

그걸 알고 있는 곱창집 사장님께 염처를 무릎쓰고 올해의 스타

김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큰 냉장고에서 김치 한통을 주시면서 올해는 김치 담지 말고

얻어 먹어.

예. 알았어요.

표시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덖였다.

달동네에 이사와서 다니는 단골집 중 어쩌면 가장 친하다고 봐야할까?

그러나 저러나 걱정이였다.

수요일 저녁 약속으로 불로만에서 보자해서 내려가 보았더니.

어, 배추가 절여져있는 광경을 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역시 배추가 여기저기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다.

나는 겉절이를 가장 좋아한다.

소금구이치킨을 시켜놓고 나는 배추쌈을 더 많이 먹었다.

"김장 언제하세요?"

"내일."

"나,채는 잘써는데."

"채는 무슨 채. 일도 할줄 모르면서 내일 아침밥이나 먹으러와."

"앗싸, 그럴께요."

내일이 수능이라서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야 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몇시에 가야하나 하다가 그래,아침밥 얻어 먹으러 오라고 했으니 가보자.

내려가 보니 배추는 벌써 씻어져서 두 테이블위에 산이 되어 있다.

무우는 아직 그대로 큰통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다.

나는 장갑을 끼고 채칼을 씻어 무우를 해보는데 안된다.

채칼로 무우를 해볼까?

더 안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나는 못하는게 아니 안해본게 왜 이리도 많은지.

둘이 채를 써는데 내것은 잘 안된다.

사실은 내가 못하는 것이였다.

채칼도 빼앗기고 프로급선수들께서 어느덧 채를 다 썰고

처음보는 아줌마들께서 사장님께 물으시더란다.

내가 일을 잘하느냐고 .

일은 무슨 일~~~.

일을 안하고 자라나서 하나도 못해.

드디어 아침밥을 먹으라고 해서 맛있게 먹고 150포기 배추를 버무리는데

나는 구경만 할 수 밖에 ~~~.

김치를 버무리는데도 나는 안되어서 김치통 뚜껑을 열고 닫는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그것도 일이라고 힘이 들었다.

옛날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김장이 끝나자.

이거 가져가.

나에게도 김치를 한통주셨다.

걱정 하나가 안녕하며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했는데

김장을 하려고 하니 있는게 없다.

누구는 그냥 사먹으라고 했지만 그건 싫다.

마음이 아니니까.

김치 버무리는데 석화와 싸먹고 돼지고기 수육에 배를 채우고나니

점심도 저녁도 들어가지 않는다.

가져온 김치를 우선 냉장고에 집어 넣고 부자가된 마음으로 꿈 나라로 향했다.

저녁때 피곤하시는 사장님을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려가보니 동생부부가 오셔서 저녁을 드시는데 합류했다.

자그마한 마을 저녁잔치가 벌어졌다.

그래, 이게 사는거야.

사람은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야 해.

김장김치 한통으로 느끼는 명륜동 겨울 인심은 훈훈한 정이다.

받기만 해야 되겠는가.

나도 언젠가는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세상살이 이럴때도 저럴때도 있다지만

달동네 공기가 좋아서 아직은 사람들 인심이 넉넉하다.

몇일 전 시간이나서 성대슈퍼에 내려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장님 저는 아들이 크면 시골에 내려가서 살겠다고 했더니

사장님께서 펄쩍 뛰시면서 시골에는 아무나 내려가서 살 수 있는게 아니라며

참으시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내려갈거라고 했다.

농사를 지어 본 일은 없고 바라만 보았다.

명륜동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는걸로 생각하신다.

명륜1가동과 3가동이 많이 다르다.

1가에서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3가동도 거의 그렇지만 내가 시간이 있으니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단골집 세집중에 두집에서 김치를 받았다.

돈삼이네는 남자사장님이신데 김치를 담지 않고 사신다.

오늘 김치에 밥을 오랫만에 맛있게 먹었다.

내가 고향에 내려가면 어떨까?

김장 걱정은 안해도 되는것 아니야.

내가 아직도 어린시절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고향 인심은 더 좋을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못하는 나에게 시키겠어.

나는 또 내가 해줄 일이 분명 있을거야 하면서 웃는다.

명륜동은 어쩌면 시골같은 인심이다.

내가 25년을 살아왔는데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라 말하니까.

머스마같이 살아와서 큰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나중에는 똑같이 해야 한다고 이제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달리할 것이다.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이러는데 홀로사는 독거노인분들이나 홀로사는 사람들에게 김장김치 한통은

바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금 보아도 휴~~~

김장김치 담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저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요.

우선 마음으로 감사드려요.

좋은 겨울에 빛나는 김장 김치로 겨울이 풍성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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