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누군가

만년지기 우근 2011. 2. 1. 14:14

누군가

                   우근 김  정  희

 

지금 누군가 나를 본다면

무어라 말할까

물어 보고 싶다

출렁이는 세파에 시달려서

아무에게도 눈 돌리지 못하는 그대

어디에 가야 나를 찾을 수 있는거야

숲으로 가보니

나무는 하얀 눈으로 생사 갈림길에 놓여

한송이 한송이에 눌려 꼼짝도 못하니

세찬 바람 불어오면

더불어 꺾여버려 자끈둥 뿌리채 뽑혀

동사하고 거기에도 말없이 눈이 쌓인다

눈은 이불이 되고

눈은 묘지가 되어

언제까지 뿌리를 덮어 주려나

봄은 언제 오려나

겨울 깊은 골짜기 나무 한그루는 이제 안녕을 고한다

바람에게 유서를 남긴다

폭설 한파에 시달린 나무 한그루

폭설 한파에 시달린 사람 한사람

겨울 숲에 뿌려놓은 하얀 유화는 말한다

말없이 가고 말없이 오는 세월

그대 기약없는 한그루 나무되어라

나래는 자꾸 없는 상상으로 펼쳐지고

현실은 자꾸 자꾸 하냥 눈만 하얗게 하얗게 쌓여

숲은 겨울 숲은 바람만 지나간다

바람만 진한 장송곡을 부른다

하얗게 하얗게 살다가 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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