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말 나리꽃을 보며
김 정 희
우산각 앉아서 기다리라시던
외할머니 뒤꽁무니 따라
밭으로 가는 길
거기에 나리꽃 하나
태양보다 더 강열한 빛으로
나를 기다린다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를 알기에
일사병 걸릴까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외할머니 눈 피해
나리꽃은 그 모든 시름보다 더크게
나를 반겨준다
말없이 바람도 한점없고
그자태 그대로
나를 보라한다
어느새 천둥치는
외할머니 소리
질 질 끌려 가는
한여름 진풍경
지금은 없어진 길
우산각만 남아
나를 가라 한다
그리운외할머니를 그리며
2007.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