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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3] 아빠의 기억

만년지기 우근 2007. 10. 25. 23:34

 

 

 

[동방3] 아빠의 기억

                                   우근 김  정  희

 

가끔씩 잊어버릴때 만큼이면 찾아오는 아빠.

수화 그녀의 아빠는 항상 밤 손님 이었다.

아빠는 선물꾸러미를 사들고와서 좋았지만

엄마는 호랑이 같아서 싫었다.

수화 그녀가 글자 하나를 잘못 쓴다든가 책을 잘못 읽는 날이면

코피가 나게 맞아야 했다.

그럴때마다 할머니와 엄마는 싸우셨다.

외할머니는 꼭 수화 그녀의 편을 들어주셨고 그 싸움판이 끝나고 나면

외할머니는 혼자 앉으셔서 그림처럼 담배를 곰방대에 넣어서 피우시곤 하셨다.

뻐끔 뻐끔 타들어가는 담배 연기를 바라다 보았다.

그 탓 일까?

그녀는 담배를 피울적마다 편안함을 느낀다.

고향같은 분위기에 젖어들고 만다.

외 할머니의 잔영이 꽉 박혀져서 부서지지 않는 바위로 남아있었고,

외할머니의 그 담배 피시는 고고함이란 한폭의 작품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그녀는 한때 미대를 가고 싶었다.

 

새벽녘. 어쩌다가 잠이깨어 눈을 비비다보면 호롱불 아래에서 책장을 넘기시는 외할머니의

손가락과 잔기침에 수화는 잠결에도 할머니의 잔잔한 책 읽으시는 소리에 잠이 들어서 책 읽는 소리에 잠이 깬다.

선잠이 깰 때 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보면 호롱불 밑에서 글을 읽으시던 외할머니는 마치 책을 애인같이 아끼시던 모습에

외할머니 손끝에서 눈에서 수화는 항상 가까워 질 수 없는 고고함과 무너지지 않는 매력 아니 마력을 지니고 계셨다.

수화 그녀의 눈에 비친 외할머니는 이 세상에 누구보다도 더 아름답고 항상 자랑스럽기만 했다.

수화 그녀가 그러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온 동네에서 외할머니만한 공부를 하셨던분이 없었으니까.

동네에서 할머니들이 월남 파병 나간 아들에게 편지가 왔다든가.

다른집에 아저씨들이 한자를 읽으시다가 모르는 글자가 나와서 물어보러 오시면

외할머니는 만물박사처럼 척척 알아 맞추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시절에는 농한기가 있어서 다른 집에 가면 겨울에는 고구마로, 여름이면 감자로

밀가루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집이 태반이었으나 외할머니는 항상 쌀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쌀밥으로 일년 내내 거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외할머니집에와서 밥 한끼를 먹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 었다.

특히 수화 그녀의 또래 친구들은 더 그랬었었다.

그러나 수화 그녀는 그네들 집에가서 고구마와 꽁보리밥 먹기를 좋아했다.

가끔씩 수화 그녀의 친구 묘석이 집에가서 밥을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었다.

 

수화 그녀는 왜 할머니 집만 쌀밥을 먹는지 이유를 몰랐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눈물이 나도록 연기가 난다.

솔솔 피어나던 연기와 함께 불은 검은재를 얼굴 가득히 뿌려 놓는다.

마치 작품이 아닌 작품의 모습으로 눈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솔가지를 태울때면

금방 사라지는 솔잎 하나 하나를 유심히 바라다 보며 손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 타는 소리에 연기와 솔향기가 얼마나 좋은가.

쪼그리고 앉아서 구워먹었던 고구마때문에 그 맛을 보려고 밤이 그렇게 익어간다.

그리고 남은 장작불은 화로로 옮겨진다.

수화는 그렇게 어린 시절을 외가댁에서 보냈다.

동네에서 오직 혼자서 생활했던 집은 외할머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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