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소설 한마당

[동방11]수화 여름방학이 끝나다

만년지기 우근 2008. 2. 9. 15:23

 

 

[동방11] 수화 여름방학이 끝나다

                                                           우근 김  정  희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무서운 호랑이로 변신하던 날 그때 수화 그녀는 바로 빨간 코피를 쏟았다.

그렇다. 몸서리 쳐지도록 빠른 주파수가 그녀를 뒤 흔들어 놓았고

그 시간 이후 수화는 엄마를 무서운 호랑이로만 생각을 해왔었다.

오늘 저녁 모기의 기습공격이 그녀를 일깨워 주었던지, 아니면 그녀 자신의 뇌리 저편에서

흐르던 어떠한 텔레파시 였을까?

묘석이 옆에와서 그녀를 툭툭 쳤다.

"수화야 ! 뭐하고 서있는거야 ? 할머니가 찾으신다 가봐."

"솔방울을 따고있는거야 할머니 약 다려드릴려고?"

"야 ! 너는 밥 먹는것도 잊어먹고 솔방울만 따고 있을거야?"

"아니""그럼  빨리 나랑 가서 밥먹자"

"그래" 그날이후로 수화와 할머니 사이는 서먹 서먹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박살이 나버린 그릇과 같은 것이여서 제아무리 잘 붙는 접착제로 접착을 시켰다 할지라도

옛날 그릇 그대로 되지 않는다.

그 그릇은 깨어진 조각난 파편 쪼가리 일 뿐이다.

저녁까지 무덥던 날씨도 새벽에는 가을의 서곡을 알리듯이 제법 쌀쌀해져 왔다.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었다.

작별을 해야할 시간들이 다가올 수 록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벌써 그늘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수화는 할머니랑 같이 살고 싶었다.

보내야 하는 마음이 오죽했으랴.

서운하다는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면에서 할머니의 평소다운 면모가 없어진다.

그걸 볼때마다 수화는 어린 가슴이 미어지는걸 느낀다.

안하시던 반찬을하며 부엌에서 눈물을 훔치시는 할머니 하늘을 쳐다보시며 하늘이 꺼져라고 한숨을 내쉬는걸

볼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저려 왔었다.

 

짐보따리를 챙기고 광주로 가기위해 배웅을 해주시는 할머니 모습을 생각하면

항상 그녀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뜨려서 "할머니 나 갈께요."를 제대로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오리길에 사리정도를 할머니는 항상 따라 오셨다.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는것보다는 차라리 그편이 나아서 였나보다.

다리위에서의 작별 그것은 어느 영화보다도 더 슬픈 가교가 되어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주머니에 차고있는 쌈지돈까지 모두 주신다.

차에 가서 무어라도 사먹으라는 것이였다.

여름해는 유난히도 길다.

눈물을 흘리면서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다 손으로 고개로 나중에는 할머니 모습밖에 남지 않을때까지

뒤돌아서서 가시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이때의 이별만큼 가슴이 저려오는 이별을 그녀는 일찌기 맛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