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우근 김 정 희
어느날 전화가 왔다.
"바쁘세요?"
"아니,통화할 수 있어. 말해봐"
"저녁에 시간을 내주셔야겠어요."
"저녁에는 약속이 있으니까. 전화로 이야기 해"
"부탁이 있는데요."
"말해봐 뭔데"
"저희 형이있는데요.아시지요. 중국에 갈려고하는데
서류가 필요해서요."
"꼭 가야하는거지."
"예"
"그럼 너는 바쁘니까 형에게 나한테 전화를 해달라고해.
원하는 대로 해줄께"
"감사합니다."
이렇게 전화를 끊었다.
동진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새 엄마를 어린나이에 보아야 했다.
아버지는 큰 사업체를 움직이시는 분이셔서 형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동진이도 대학을 미국에서 다닐 정도로 아버지는 큰회사 회장님 이셨다.
그런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새엄마는 전처가 나은 두아들에게 재산을 상속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돈과는 무관하게 학교만 다니던 형은 서울로 돌아와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기가막혀서 새엄마에게서 떠나버린 것이다.
동진이 볼때 형은 사회를 기피하는 사람처럼 보였던지 형이야기를
내게는 내내 주저리 주저리 상세한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그때까지만해도 "형이 왜그러는거야."했다.
동진이 정말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걸 보면서 나는 늘 "너랑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보니 동진이 나에게는 집안이야기를 빠짐없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형이 나서서 아버지대신 처리를 해야지 하고 말하지만
나는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로 흘려들어야만 했었다.
본인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상황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무엇을 판단하겠는가.
그날은 형에게 전화가 없었다.
나는 "아! 아직은 바쁘지 않은가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다음날 나는 바쁘면 전화기를 4대까지 한꺼번에 받으면서 일을해야 했기에
바쁜 시간이지만 잠시 통화를 했다.
"저 동진이 형인데요."
"예.필요하신게 뭐죠?"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는 서류를 해주셔야 하는데요."
"얼마동안 근무를 했다고 해야하나요?"
"6개월 이상이였으면 좋겠어요."
"알았어요.제가 직원에게 이야기를 해놓을테니까?
아! 참 서류는 언제까지 필요하시나요?"
"제가 지금 사장님회사 앞에 있습니다."
"그럼 올라와서 이야기하시고 끊습니다."
직원을 시켜서 만나서 모시고 오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다른 전화를 받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손짓으로 말했다.
동석과의 첫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바쁜 전화가 끊나고 나는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고
즉시 세무사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일을 해결 시켜주었다.
나는 내 철칙이 하나있다.
해줄려면 즉시 그자리에서 해주지 않으면 시간도 마추지도 못하고
이야기를 내가 잘못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준다고했으면 깔끔하게 즉시 처리를 받으면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사실 나는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본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누가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일이 인연이되어서 동석과 나는 지금도 만나고 있다.
동생인 동진은 우리쪽 다른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미국에 들어가더니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는다.
성격상으로 본다면 동진과 내가 더 잘 맞는다.
하지만 세상이라는게 인연이라는게 그렇게 되어지지 않는가보다.
며칠전 전화가 왔다.
"어디세요."
"집"
"저 돈삼이네로 갈께요."
"그래.몇분이나 걸리는데"
"지금 현수랑 끝나서 20분이요."
"알았다."
돈삼이네를 먼저 도착한것은 나다.
"삼겹살 주세요.이슬이요."
동석이 도착을해서 이야기를 한다.
와이프가 미국출장을 가서 시간이 넉넉하다고 한다.
동석은 잘나가는 부자집 장손에서 추락을해서 몇년을 헤매었는지 모른다.
이제 제자리를 찾아서 잘나가고 있다.
반대로 나는 추락의 끝이 어디쯤일까?
정말로 지금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때 동석은 가끔씩 전화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내내 돈삼이네에서 이슬이와 삼겹살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늘 동석이 문득 이야기를 한다.
정말 없을때 내가 많이 도움이 되어주었다고 말하는 동석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래 너는 추락의 끝을 보고 나더니 이제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사람이 잘나갈때만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진로를 확 틀어버리고 있는 나는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금은 준비만 열심히 하고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야 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들이 되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넘어가 늘 만나는 사람은
친구가 되어가는가 보다.
사회10년지기는 말을 내려도 된다는게 무슨말인지.
나는 이제야 알겠다.
동석이 전화로는 항상 말을 올리는데 술이 들어가서 취하면
요즈음은 부쩍 말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속으로 "이녀석 봐라"하지만 동석과 나는 나이로보면 일년차이인데
그래 말을 낮추면 어떠랴.
오는건 순서가 있으나 가는건 순서가 없는것을 어쩌랴.
전화가 울리면 받아서 항상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 줄려고 한다.
나에게 지금 동석은 기쁨조에 속하는 사람으로 10년이 넘다보니
10년지기라고 말해야겠다.
동석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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