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그림 한마당

광화문에 내리는 비

만년지기 우근 2008. 7. 2. 16:06

 

 

 

 

 

 

광화문에 내리는 비

                                                                우근 김  정  희

 

몸을 지치게하면 무엇이 나올까

1980년 5월 15일 그날 나는 회기동에서

종로를 거쳐 서울역으로 갔다

서울역에는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그날 나는 뾰쪽구두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었다

 

그때 데모를 한다고 하면서

복장으로는 맞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입고 시청을 향하여

앞으로 앞으로 행진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

오늘은 차창으로 비가 내린다

광명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갈까

한강대교 넘어서 서울역 광장을 지나

광화문을 거쳐서 원남동사거리를 지나면

집으로 간다 나는 그렇게 코스를 정했다

 

남대문을 지나면서 광화문에 펼쳐졌던

콘테이너 박스가 생각났고

남대문이 불에 타버리더니

남대문도 가리개를 쳐버리면

아무도 모를거야

안보이면 잊을거야

그게 국민이야 했을까

나는 남대문을 지나면서

49재날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해서

신은경후보자와 다른 후보자가 입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냥 지나갔다

 

나는 그들이 쓰는 방명록을 보았다

겉치레로 하고가면 될거야

그게 국민이야 했을거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한나랑당 나라 만든자가 누구인가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광화문을 갈 수 가 없다

시청에서 조선호텔을 지나서보니

천천히 길이 열리고 유모차가 보인다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가 걱정이 된다

그 아이는 본인의 의지로 광화문에 나왔는가

 

옆에 카니발 운전을 하는 사람이 악을쓰고 있다

욕을 마구해대며 데모꾼에게 악다구니를 쓴다

그 소리도 차마 듣기 거북했다

디카라도 있었으면 그 한심한 장면을 찍었을 것이다

광화문에 나서야만 나라를 위하는가

나는 일부러 이 길을 택했는데

카니발 아저씨는 아니였나 보다

약속이 없는 나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상관이 없지만

나는 차에서 우비뒤에 붙여진

스티커를 하나 달라고 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듯 귀찮아 한다

 

나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가 되어본다

혹 유모차를 끌고 있는 사람이

아이를 자기것이라는 생각으로

너무 무리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이 정부가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고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쯤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광화문에 비가 내리고 있다

유모차와 아이가 어쩌면

지금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수준에 살고 있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그른가

잘 따져보고 잘 협상해야 하건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이 정권을 유지하는가

무엇이 광화문에 나오게 하는가

모르는지 아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광화문에 내리는 비는 말이없다

광화문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이 비를 뿌려준다

 

청계천을 지나 종로 인사동길을 지나온다

부처님에게 나는 물어보았다

부처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조계사에도 비만 내리고

침묵은 금인지 침묵은 금이야 하는지

씁쓸하게 돌아오는 길

명륜동에도 비가 내린다

연극을 보듯이 뻔한 일이

예전에도 그렇게 지나갔으니

부처님처럼 버티고 침묵하는가

예수님이 없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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