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미로 1

만년지기 우근 2008. 7. 3. 14:28

 

 

미로 1

              우근 김  정  희

 

내가 은주를 처음 만난건 때때수에서 였다.

은주는 처음 본 인상으로 한국인이 아닌 줄 알았다.

중국에서 일하러온 교포같은 발음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카페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중국에서 온 사람이냐고 카페 주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왜 발음이 그렇지?"

"술이 취해서 발음이 그렇게 나오는 거야?"

은주에게 나는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으니까?

사람을 이렇게 첫인상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하건만

사람에게는 늘 첫인상이 그사람에게 남아있다.

특히 나는 첫인상이 그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따라 다닌다.

그림자처럼 ---

그걸 없애는 데 3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로 했다.

교육이라는게 아니 환경이라는것이 늘 나와 다르면 다른 평가를 해버린다는 것이다.

 

은주는 어느날 남편의 죽음을 알렸고 그날도 술에 취해있었다.

아들 둘을 남겨놓고 어느날 갑자기 가버린 사람.

이해할 수 없는건 은주의 생활태도였다.

이혼을 하고서 아이를 키우며 한집에서 생활을 하던 은주는 갑자기 죽은 남편이 타인이었다.

집을 남겨주었으나 그녀는 아무런 행사를 할 수 없었고 아이둘과 다른 여자와 재혼은 했으나

몇달을 못버티고 떨어져 살아서 지금은 어디에 살고있는지 행방도 모른다.

남편은 급성간암으로 길을 걸어가다가 쓰러져서 응급실로 옮겼으나 한마디 말도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은주는 내내 남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시아버지가 장관까지 지낸 집안이였지만 시어머니도 새어머니다보니 그렇고

은주는 술주정 남편과 대면하기 싫어서 본인도 술주정뱅이가 되어서 원수처럼 아니

모르는 사람으로 한집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니 둘은 만나기만 하면 철천지 원수처럼 싸웠고

아버지가 물려준 빌딩을 시어머니의 꾀임에 넘어가서 도장을 잘못 찍어주다보니

빌딩이 그대로 시어머니께 넘어가면서 들어오던 세가 아무것도 없으니 갑자기 거지가 되어버렸다.

 

은주는 아들 둘을 어떻게 키우라는것이냐며 날마다 남편을 들 볶았다.

남편은 하루 아침에 거지꼴이 되어버렸으니 그 화를 참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은주 남편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버지께서 남겨준 재산중에 마지막 빌딩을 새어머니께 통째로 빼앗겨 버리고 나서

은주와 남편은 날마다 3차대전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남편이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 몰랐다.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응급실에 가보니 남편은 이미 싸늘한 채

하얀천으로 덮여 있었다.

웬수가 이런 웬수가 어디있을까?

남편의 장례를 치루고나서 은주는 마치 폐인이 직업인양 망가져 갔다.

 

은주는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고 아무곳에서나 소리를 지르면서 술로 살아갔다.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만나면 그녀의 화를 토해냈다.

어느날 때때수를 가보니 그녀는 몸을 가누지를 못했다.

나는 집에 전화를 해서 아이들에게 엄마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은주가 하나 잘하는게 있다면 아이 둘에게는 끔찍하다는 것이였다.

작은아들이 중학교를 다니는데 아들이 찾아오더니 나에게 말한다.

"왜,우리 엄마에게 이렇게 술을 마시게 했어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와보니 이렇게 취해있구나. 엄마를 데려갔으면 좋겠다."

은주는 아이를 보더니 누가 전화를 했느냐며 난동을 부린다.

아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한다.

작은 아들은 나에게 말한다.

"엄마를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 부탁합니다."

은주는 술이 사람을 마셔버려 아무것도 모른채 쓰러져 있다.

 

나는 은주를 깨워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을 모르니 아들에게 나오라고 했다.

집은 쓰레기장처럼 어수선했다.

아들에게 나는 "엄마가 지금 이런 상태이니 네가 이해를 해야한다."

둘째 아들은 나에게 엄마를 부탁했다.

그녀는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아니 모든사람들에게 자신의 헝클어져버린 삶을

망쳐버리기라도 하듯이 토해내고 쓰러지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남편의 화신처럼 보였다.

술만 마시면 다른 얼굴이 되어버리는 은주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을 가보면 더 엉망이 되어서 어디서부터 어디를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

정신이 나가버린 은주는 카드로 살았고 카드가 빛으로 되어가니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한때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시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화를 하라고 했다.

성북동에서 잘살고있는 시어머니는 은주의 전화에 싫어하는 기색을 했다.

은주는 전화를 나에게 바꾸어주었고 나와 통화를 하던 시어머니는 자꾸 나를 남자라고 이야기를 회피한다.

은주를 바꾸라는 것이다.

은주에게 꾸지람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전화를 바꾸어서 내가 직접 댁으로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풀리셨는지 아니면 집으로 가서 은주의 사연을 들으나 마나인지.

아들을 보내라고 한다.

아들 둘이 가서 할머니께 이야기를 했다.

있다가 없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자존심을 아는 사람은 알것이다.

할머니댁에 다녀온 두아들들은 다시는 할머니댁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추락하는것은 날개가 있을까?

어느만큼이 마지막인지 끝까지 내려가 보기로 작정한 사람으로 변신해버린 은주가

세상을 향하여 쏜 화살을 나는 차마 보기도 싫었다.

어느날 은주는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남자들에게 독을 품은 은주는 마치 독사뱀처럼 달려 들어갔다.

아무도 은주를 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때때수는 나에게 정해진 단골집이였지만 은주가 나타나면 모두들 슬슬 피하며

때때수를 나가버렸다.

혜화동 골목에서 때때수만큼 편한집이 없었는데 그 집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은주.

은주는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었다.

어느날 들른 때때수는 겨울눈이 내리던 날이라서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들으니

은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들어서자 마자.

"은주야.집에가야 겠다. 많이 취했어."

나는 집으로 전화를 했고 둘째 아들이 온다는 소리를 들은 은주는 화를 내면서

집으로 간다고 때때수 문을 나섰다.

 

길가에는 눈이 쌓이고 있었다.

아들이 온다면서 나에게 들어가라고 한다.

나는 정말로 아들이 걸어온줄 알고 때때수로 올라왔다.

그리고 10분후에 아들은 은주를 찾았다.

나는 말했다.

"네가 걸어온다고 가보라해서 올라왔는데?"

아들은 나에게 버럭 화를 냈다.

"제가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그래.누군가 걸어왔어.나는 그게 넌줄 알았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아들은 내가 같이 술을 마셨는지 오해를 하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밤 은주는 어디를 헤메이고 다녔을까?

인생살이가 이렇게 어렵기만 하느냐고 술만 마시면 한탄을 했다.

아무것도 은주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락으로만 떨어져 갔다.

 

 

 

 

때때수에서 내가 나타나면 들려주던 꽃,새,눈물이 나는 오늘 몹시 듣고 싶다.

언젠가 대학교다니던시절 주노에서 들었던 꽃,새,눈물을 같이 들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이노래에 몰입이되어서 들었던 재찬과 영주 그리고석과 같이 들었으면 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 마음들이되어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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