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우근 김 정 희
어느날 때때수에 앉아 있는 인영을 보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세상 시름을 혼자 안고 술을 마시고 있다.
눈 인사를 했다.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잠시 주인장자리에 있는 그녀는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도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그럴만큼 카페가 잘되는건 아니니까.
인영은 하얀나비같이 보였다.
사랑이 주고간 상처를 다스리지 못하고 내내 울었다.
사랑이 그렇게 아플거라는 걸 그녀는 몰랐을까.
언젠가 그녀의 미소짖는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사랑보다 더 아프게하는건 너의 미소이구나.
어쩌면 세상의 전부를 주어버렸을까.
사랑보다 더 중요한건 인영 네 자신이야.
사랑은 다시 시작하면 돼.
나는 이 말을 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나도 사랑을 보내지 못하고 있으면서 말하고 있는데
인영이 하는 말 "언니도 사랑을 해보셨어요? 사랑을 해보셨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래. 사랑 해보았지 그러니까 보내야해. 어쩌면 사랑은 하나라고 말해야하지만
사랑하기에 사랑을 보내주어야해."
"거짓말. 그건 사랑이 아니예요."
"인영씨 누구도 사랑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보내야할 사랑은 보내야 해."
"보낼 수 가 없어요."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인영은 이미 술에 취해서 이야기를 한다는게 의미가 없었으니까.
어느날 다시 가본 카페에서 인영은 나를 보면서 반갑게 웃어주었다.
이제는 떠나 보낸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날 때때수는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가다 무거웠다.
나는 물었다.
"아니. 분위기가 왜 이렇게 무거워요?"
카페 주인은 인영의 소식을 알려 주었다.
"인영이가 죽었어."하며 눈물을 흘린다
동해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20대에 세상을 져버린 그녀는 많은 사람들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이글을 이렇게라도 쓰는건 인영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일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인영은 꿈많은 소녀였다.
어쩌면 맑은 그녀는 세상이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인영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인영이 가버렸다고 생각하는
민수를 생각한다.
인영의 죽음으로 가장 괴로워했었던 민수는 직장도 그만두고 한국이 싫다고 떠나버렸다.
인영은 어쩌면 사랑한 사람을 못잊어서 떠난걸로 알았는데
민수의 말은 그런 인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수 있단 말인가.
인영이 떠나기전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혜화동 로타리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녀는 아름다운 나비같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나와는 떨어진 거리에서 있어서 그리고 나는 동행이 있어서
불러보기는 했지만 대답을 하지않았다.
얼마나 외로움이 컸으면 가버렸을까?
인영의 환경은 어떠했기에 아무도 들어주지도 못했을까.
기억속으로 찾아가보아도 나는 인영의 아픔을 보듬어주지 못했다.
인영처럼 딴사람으로 변하는 그녀의 모습만 기억에 가득차있다.
민수도 없고 아픈 마음만 가득한 인영을 이제는 나도 보내기로 한다.
민수는 외국으로 떠나서 언제 오려는지 모른다.
사랑이 이렇게 아픔으로 남겨진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인영의 이야기가 갑자기 쓰고 싶은건 무엇일까.
인영에게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버거워하는 인영을 몰라보았던 마음이 지금 생각해보니
가슴이 아프고 아릿하기만 하다.
아무도 없는 동해바다에서 그녀는 무엇으로 생을 마감했을까.
인영의 이야기는 때때수에 다녔었던 단골들에게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 입에 오른다.
그리고 모두들 인영에 대해서 서로 서로의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보내고 떠나 보아야 안다고 했던가.
조용한 시간이 흐르고 홀로 되어서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건 아닐까.
어차피 떠나야할 길에서 그렇게 가버린 인영을 생각하며 하루가 쌓여서
벌써 몇년이 흐르고 난뒤에 인영은 이렇게 나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나비 하얀나비가 보이는 날이면 나는 인영을 생각한다.
근심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서 잘 살아주기를 바란다.
'우근 창작 한마당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0) | 2008.07.30 |
---|---|
치우에게 (0) | 2008.07.29 |
소원 (0) | 2008.07.16 |
선향 선생님 (0) | 2008.07.15 |
스님은 왜 이렇게 살생을 많이 하세요 (0) | 200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