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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19]문학소녀로 변신한 수화

만년지기 우근 2008. 7. 30. 17:40

 

 

 

 

[동방19] 문학소녀로 변신한 수화

                                                     우근 김  정  희

 

수화는 문학서적으로 모든 관심사를 돌렸다.

어떤 일을 하든지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기에

안하면 몰라도 하면 수화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문학전집을 읽으면서 수화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완전독파하다 싶으리 만치 많은 책을 읽는 문학소녀로 어느사이 변신해 갔다.

한곳에 빠져들면 완벽하게 해낼려는 그녀의 아집과도 같이 세계명작선집으로 부터

한국 중,단편을 다 읽을 무렵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시詩였다.

시는 우선 함축성이 있어서 좋았고 여운이 길게 공유할 수 있어서 긴 겨울 밤내내

여러맛을 볼 수 있어서도 수화의 마음을 붙들어주는 시가 좋은것 같았다.

그런 탓은 아니지만 그녀는 일기를 쓰는데도 남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거나 반 아이들 앞에서 읽혀지지도 않았지만

계속해서 써나아가고 있던 일기장.

쓰기 싫은 날은 그저 줄을 그어 놓기도 하다가 쓸 말이 없는 글이 나올때는 한글자 이후 --- 으로

일기장을 메꾸어 버린 것이었다.

수화의 선생님들은 그런 그녀의 일기장에서 다른 의미를 느꼈는지 모른다.

 

중3 이되어서 오신선생님께서는 그런 그녀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셨다.

오신선생님은 수학선생님으로 그녀의 담임까지 맡아주셨으니

수화는 중3이 되어서야 차츰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수학시간에는 단1초도 다른 생각없이 오직 수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집중 그것은 그녀를 선생님의 눈에 띠게끔 만들었고 뛰어나게 질문과 대답을 하는

그녀에게 선생님은 관심을 쏟아주셨다.

"스승의 날" "추석"이 될때마다 그녀는 담임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렸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마음의 선물이었다. 

수화는 학교공부중에서도 국어,영어,수학이외에는 과학등등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특히 물상 ,지리는 아예 관심을 기울리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을것이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는데 교무실에서 오신선생님은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허 허 허 --- 선생님들 이녀석을 좀 보십시요."

다른 선생님들이 일제히 수화를 쳐다보았다.

중1때 영어를 가르치던 박상무선생님도 중2때 한문을 가르치던 김광중선생님도 모두 교감선생님까지

한패가 되어 수화를 쳐다볼 만큼 큰소리로 외치쳤다.

오신 선생님은 " 어 허 이녀석은 말이예요.국영수 빼놓고는 다른과목에 특히 국사,세계사,지리 아무것도 아닌

과목에서 국영수에서 얻은 평균을 깍아먹는 놈은 나 선생한 이래 처음입니다.

그것은 그 과목에 신경을 쓰지 않기때문이야.

다른 과목은 잘하고 못하고가 어디있어?

왜 내가 모든 선생님들 앞에서 이러는 줄 아냐?

너는 잘 할 수 있어? 임마. 다음 시험부터 그런 과목이 만약 국영수보다 낮을 때는

회초리로 사정없이 때릴거야? 알겠어?"

 

이것은 위협이 아닌 자랑이였고 그녀는 기분좋은 위협으로 선생님과 학교간의 유대감 같은 것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하고싶은 공부를 하게끔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수화의 학교는 아카시아 향기가 유달리도 코를 찌르는 곳이였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등교를해서 아카시아 그늘로 하교를 했다.

세상은 참으로 묘한 인연을 만드는 곳이다.

오신선생님을 만났지만 떠나가야만 했다.

학교의 고등학교의 추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고입시험장에서 수학은 만점을 받았다.

생각했던것 보다 더 쉽게 나왔고 또 문제들이 전부 일관성이 있어보였다.

오신 선생님과의 헤어짐이 아쉬웠다.

수화의 졸업식날엔 눈이 펑펑 쏟아졌고 그날은 그녀의 온집안 식구들이 다 모였다.

졸업식날 수화는 쓸쓸하게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생각했다.

외할머니가 수화의 졸업을 하늘에서 축하라도 해주는 것처럼 함박눈이

소리없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수화는 화답으로 함박눈을 입으로 몇개 먹어보았다.

"외 할머니 수화가 중학교 졸업을 했어요."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이며 하늘을 보니

하늘에서는 햇살이 반짝하고 빛을 발한다.

그녀의 아빠만 빼놓고 ---.

아빠는 늘 그렇게 바쁘게 생활하셨다.

아니 공식적인 모든 행사는 전부 엄마가 주도적으로 하셨기에

아빠는 언제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