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경찰서 생활질서계에서 보내주신 내 지갑이다.
참 동대문 경찰서는 청량리에 있다.
예전 동대문경찰서는 몇년전 혜화경찰서로 바뀌었다.
유실물로해서 우체국 택배로 착불로 되어 있었다.
돌아온 지갑
허주 김 정 희
2009년 1월 9일 금요일 6시에 광장시장에서 청학선생님과 약속이 있었다.
오후 2시쯤 청학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가 없다고 하신다.
결국 나는 바람을 맞은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일때문이니까?
오랜만에 여러가지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
여기까지 결국은 써지는 걸 보면 사람을 만난다는게 그렇게 어려운가 생각해 본다.
그날 나는 제니퍼집에 가면서 차를 집에 놔두고 갔다.
6시면 광장시장까지 태워다 준다고 했기에 ---
바람을 맞은 나는 전에 회사직원이였던 박완배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시간이 어떠니? 종로5가 곱창이 먹고 싶어?"
"오늘 저녁때 거래처 사장님께서 새로 이사한 회사 고사를 지내서 그곳에 가야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냥 집으로 가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전화가 왔다.
경동시장에 있는데 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
제니퍼가 경동시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나는 경동시장 한약상가5번 입구에서 내렸다.
많이도 추운 저녁이었다.
길거리에서 먹자는 이야기에 안쪽에 들어가도 음식점이 있으니 안쪽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한때 경동시장을 일주일에 한번씩 들려서 시장을 보았다.
그날은 경동시장 사람들만 애용하는 식당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연탄난로가 있었고 삼발이가 그 앞에 놓여져 있다.
얼마만에 본 삼발이인가?
디카로 보니 별이였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꽃게탕에 오가피를 마셨는데 오가피 술도 \3,000 원이다.
이런 가격 아마 없을겁니다.
소주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목포식당이었다.
꽃게탕도 싸게 해주셨다.
유성제분소에서 나와 명륜동에서 두집을 더 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갑이 없다.
어떻게 된거야.
옛날 같으면 명함지갑과 지갑을 구별해서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을 따로 가지고
다녔을건데 그것도 아니고 에 - 휴.
사람이 무엇을 잃어버리면 어디까지 지갑이 있었는지 확인을 한다.
제니퍼집에서 아주머니께 명함을 드렸다.
그리고 목포식당을 다음날 가 보았다.
거기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는 다른곳으로 바뀌었다.
명륜동에서 갔던 두집도 없다.
제니퍼에게 전화를 해서 혹시 차안에 있는지 확인을 했다.
없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내릴때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지갑이 다시 돌아올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는데
오늘 오후 우체국 아저씨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저예요. 우체국인데요. 분실물 있으시지요? 택배비는 착불이네요.\3,300원 입니다."
지갑은 작년 12월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쌍문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있는데 경동시장을 간다는 연락이 온다.
그날은 생일날이어서 무얼 사줄거야라고 물었다.
양고기 꽴에 청도 맥주를 먹자고 했다.
그러나 이미 배는 불렀고 마시다가 디카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디카 빨간 주머니를 보더니 지갑은 없고 지갑을 담았던 빨간 주머니만 남았네?
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되었네? 했다.
그런데 그날도 나는 아니야.지갑 돌아올거야하고 생각했다.
1월초인데 금요일인데 언제일까? 생각하다가 내가 디카로 이 삼발이를 찍은 기억이 난다.
그날 저녁 하늘엔 보름달이 휘영청하고 떠 있었고 나는 별을 사진으로 담았다.
어릴적 연탄불위에 삼발이를 놓고 그위에 적쇠를 올려놓고 가래떡을 구워먹었던 기억을 했다.
이 삼발이는 지금 내 차 트렁크에 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가서 삼발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더니 할머니께서 인심 좋게 주셨다.
나는 별 하나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날 저녁 먹었던 꽃게탕이다.
나에게는 짜서 국물을 많이 부었다.
그날 저녁 달은 보름달이였는데 지금보니 음력으로 14일이다.
보름달로 느껴졌었다.
마지막집에 가서 하도 추워서 내 앞에 가져와서 찍은 사진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내 지갑은 돈과 버스타는 카드를 제외하고
다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나는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다시 지갑이 되돌아올것만 같았다.
내 예감은 오늘 적중을 했고 누군가 내 지갑을 보내주신
이름모를 분에게 깊이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세상은 이렇게 따스한 한줌 햇살이 비추어 지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