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우근 김 정 희
눈꽃이 피어있는 한라산
그곳에도 가보지 못했구나
우리는 이제 함께 할 수 없구나
12월 여행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나랑 약속은 없어져 버리고
겨울 아침
눈을 뜨니
아니 눈을 뜨기 싫다
꾸역 꾸역 시간은 잘도 가는데
세상은 이렇게 가버리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버려버려야 하는데
잃어버려야 하는데
새록 새록 달라지는 마음이기를 바라는데
처음으로 머리가 깨질드시 아프다
그래 그래야 한다
나도 사람아닌가
시간은 이렇게 가버리는데
흑탕물에 휩쓸려서 회오리가 지나가 버렸나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다가
문득 돌아다보는가
눈이 눈물을 덮어주려나
하얗게 하얗게 만들어 주려나
그렇게 살다가 가려면서
수많은 약속은 왜 했을까
창문 사이로 햇님만 나를 보며
잊으라 잊어버리라
버려라 버려버리라 하는가
바람만 부는가
겨울 아침
눈꽃송이가 소복 소복
그리움 하나 싸인다
이불되어 마음도 덮어준다
슬픔되어 눈물도 덮어준다
아픔되어 머리도 덮어준다
아
아
머리가 깨어질드시 아프다
깨어져 버려라
부셔버려라
잊어버려라
그래라 그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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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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