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만남

만년지기 우근 2010. 9. 13. 00:04

 

 

 

 

만남

                우근 김  정  희

 

삼성동 코엑스앞 한전 한빛홀

만남은 시작되었다

한림원원장님이 되신 정길생선생님은 오늘 결혼식 주례를 하신단다.

나는 반가움에 뛰어가서 "선생님" 하고 옆에 앉았다.

나를 보시더니

"응,오랫만이야. 소식들었어.

꿋굿하게 잘 살아간다고. 그래야지."

웃음으로 화답하고 나는 그냥 웃었다.

오늘 같이 즐거운 날,공과 사는 구별해야지.

그래.

그걸 모르시는 김원사무총장님 오시더니

"어, 소식 들었어요. 잘 사시지요?"

그래, 모르시는구나.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명륜동에서 같이 사는 동생같이 정겨운 의사 선생님

오랫만에 만나서 두손을 잡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나이만 먹었지 다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는 곳.

사람이 살아가면서 단 한발만 건너도 다 아는 세상이다.

용정 용주사를 복원하겠다고 만났던 김병관회장님께서도 내게 물으셨다.

지금 무얼하느냐고 물으시더니 아무말이 없으니

지금도 글만 쓰고 있는거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할 이야기란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웃는것밖에 없었다.

정길생선생님과 나는 이 결혼식을 아는 날도 같다.

일년 사이에 나만 이렇게 많이도 달라져 있는것 같다.

오늘 신부의 아버지이신 전교수님 작년 큰손녀 돌때 만났었지.

그날이 9월16일이었다.

나는 그날 둘이 여행을 떠나기에 사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나왔다.

 

그래,

그래,

그래.

어쩔 수 없이 올 9월에는 진한 아픔 한자락 품고 가야하나 보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또 한부류는 그래서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일어난 일로도 이렇게 여러부류들이 있다.

아픔 한 자락이 마음속에서 폭풍처럼 일고 간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진하디 진한 내 슬픔이라 해도 좋다.

알면 어쩔거며 모르면 어쪄랴.

나는 나일뿐 ---.

나는 나 ---.

나---.

 

일주일전 만남에서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왜!!! 그런짓을 저질렀느냐."며 정말 이유를 대라고 나를 죄인처럼 채근했다.

내가 이야기를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과연 사람에게 부류가 정해져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진실로 진심을 말하는 동생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그래,

그래도 우리는 여자여서 한마디만해도 통했던 시절이 있었지.

이제 너도 마음의 문이 열렸니.

언젠가 우리가 같이 아란야에 가면서 했었던 그 시절이 살다보면 또 오겠지.

나에게 다가오는 만남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님께서는 어쩌면 오늘 너와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라고 만남을 주선하셨는지 모른다.

그래,

그래.

명륜3가 달동네를 살아가는 시절.

그래도 살아 있으니 만남이 이루워지는구나.

눈물 한자락이 옆에와서 친구를 하자하는구나.

우리들 더 살아가 보자.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른후에 또 만나자.

몇년전일까?

십년전쯤 일지도 몰라.

아니면 그 이상이 흘렀는지도 ---.

장선생님 술자리에서 손금을 봐주신다면서

몇 사람을 보았지.

동생인 너를 먼저 보아주셨지.

맨 끝자락에 파묻혀 있는 나에게 오라고 하셔서 가 보았더니

"49살이 되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거라."

그 말을 듣고 2차로 커피를 얻어 마셨지.

그 자리에도 너는 내 옆에 있었지.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였을까?

다시 되새겨보고 있다.

분명 나는 지금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보았다.

나는 오늘 느낀다.

누가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지 ---.

다 없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때 나는 분명 보았다.

그리고 느낀다.

무엇일까.

분명, 분명히 하늘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서 잘 살아가는 한 사람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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