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그대
우근 김 정 희
가을 하늘이 유난하게 푸르게 보인다.
스카이블루색깔을 한 하늘은 암연구소 계단을 뛰어가는 나에게도 불어온다.
참나무에서 상수리가 가을소리를 내며 톡톡하고 떨어진다.
암연구소 경비아저씨는 나와서 인사를 하는 나에게 말한다.
"걸어다녀,뛰어다니니까. 땀 나잖아."
"바빠요.지금 실험실에서 선생님이 실험 못하시고 기다리고 계셔요."
암연구소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김선생님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계셔야 하는데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땀을 뻘뻘 흘리고 온 나에게 크리넥스 휴지를 꺼내서 주신다.
연구실로 들어가서 시약을 꺼내 드렸다.
시약을 보시고 실험노트에 발주 할 목록들을 보여 주신다.
Sigma catalog를 보시면서 많은 시약중에서 체크를 해놓고 용량도 다시 본다.
커피향기가 가을만큼이나 좋았다.
"커피 좋아해요?"
"예"
"어떤 커피 좋아해요?"
"블루마운틴이 가장 맛있어요. 커피 매니아들에게는 블랙도 좋고 ---."
실험실에서 24시간을 실험만 하시는 선생님들이다.
일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나에게 "미스김? 내일 점심 약속있나요?"
"아니요."
"그럼, 내일 점심이나 함께 해요."
"예."
일어서서 나오는 나에게 다시 말한다.
"나, 내일 올때까지 점심 먹지 않고 기다릴거야?"
"예."
암연구소 지하에서 올라와서 슬리퍼를 갈아신는데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대학로 길을 걸으면서 은행나무 아래 길을 따라서 이화동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린다.
연건빌딩5층 사무실로 올라와서 업무일지를 정리하고 일계표를 쓴다.
FAX로 발주를 하고 사무실 정리를 한다.
회사빌딩 길 건너편에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월세방 하나에서 세째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다.
집은 ㅁ자형으로 대문을 열면 방하나가 있고 재엽엄마와 재엽이가 살고 있고
그 옆방엔 주인할머니가 살고 계시고 하나와 영훈이 두남매를 둔 부부가 살았고 창고가 있고 그옆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마루가 놓여진 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옆방에는 미스배가족이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방이다.
마루 아래에는 연탄화덕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는 우물물같은 사각 물통과 수도가 있다.
그 아래는 빨래판 돌이 놓여져 있다.
일을 마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주인집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를 부르신다.
소주를 내게 보여 주시면서 컵으로 따라 주신다.
할머니는 소주를 컵으로 따르시더니 원샷을 하신다.
나는 컵을 보면서 조금씩 먹는다.
쪽파 해물부침개가 맛있어서 안주를 다 먹어버렸다.
할머니는 이러저러한 할머니 속상한 이야기를 하신다.
부엌에서 나와서 할머니 마루 거실방에 앉는다.
"사람이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인연이란 있는법이다.내가 이 사람과 이렇게 살아갈 줄 꿈에나 생각했겠냐.
살다보면 이고비를 넘기면 끝이겠지 하고 살지만 고비는 언제나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더 큰 산이 나타나는 꼭 낙타의 혹같은게 인생이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만 끄덕여주는 내가 할머니는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나면
할머니는 푸념을 다 하셨는지 일어나셔서 안방으로 들어가셔서 텔레비젼을 키신다.
작은 마루를 올라 내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와 있는데 오랫만에 동생이 일찍와서 소주 한잔하자고 한다.
삼겹살에 소주를 하고 잠을 청한다.
사무실에 나가보니 어~~~. 오늘은 안산에 있는 해양연구소를 가는 날이다.
사장님께 오늘 내가 점심 약속이 있는데 가시면 안되느냐고 했더니 구로에 있는 종근당에 계약이 있어서 안된다고 한다.
해양연구소에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할 수없이 암연구소로 전화를 했다.
실험중이여서 전화를 못받으신단다.
메세지를 남겨 달라고 하고 강남 고속터미널 경부선앞에 있는 주유소앞에서 안산 해양연구소 업무차량을 기다린다.
업무차량이 그날따라 늦게 왔다.
길이 공사중이라고 했는데 해양연구소를 들어가는데 공사중이여서 한참 걸렸다.
11시면 도착을 해야하는데 12가 다 되어서야 도착 했다.
점심시간이라서 또 암연구소에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선생님들께서 점심같이 해야지 했는데 나는 점심을 먼저 했다고 했다.
일을 먼저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1시에 업무차량이 서울로 나간다.
그래서 바쁘게 일처리를 했다.
서울로 나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3시가 넘어서 서울에 도착한 차에서 내려서 암연구소로 갔다.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암연구소에 내려가서 실험실로 가보니 선생님은 책을 보시고 계셨다.
선생님 옆자리에 죄인처럼 앉아 있는 나에게 "나 지금까지 4시간23분동안 바람 맞았다."하시면서 팔에 찬 시계를 보신다.
"저 아침에 사무실 미스김에게 전화해서 메세지 남겨 달라고 했는데요."
"점심은?"
고개를 저었다.
"엉, 아직도 점심을 안 먹었단 말이예요?"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실에서 일어나시면서 "나도 점심 아직 전이야. 늦은 점심같이 먹어요."
가을 하늘을 보니 바람이 불어온다.
당연히 함춘식당이나 병원식당으로 갈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밖으로 나가시더니 마로니에를 지나서 산적으로 들어가신다.
4시간23분을 바람 맞아서 오늘부터 선생님이 "산적"이 되겠단다.
산적에 들어가니 여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배가 고파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바람 맞았다고 한탄하면서 점심을 늦게 먹었다면서 나만 시켜주었다.
너무나 놀란 배는 들어가지 않았고 혼자서 먹는다는게 그랬다.
하는 수없이 같이 먹자고 하더니 아예 저녁이라고 빨리 먹어야 겠다면서 소주도 한병시켜서 먹었다.
술이 들어가자.
선생님은 말했다. "내가 오늘 기다리면서 얼마나 하루가 길었는지 몰라요.
아예 내일부터는 점심이나 저녁 해결 해 줄테니 나랑 같이 해요."
"예?"
"정말이야, 여지껏 미스김을 계속 지켜 보았는데 그래서 어제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요.
기다리는 동안 하도 안와서 해양연구소에 전화도 해 보았어요. 사귀는 사람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점심 약속 때문에 어제집에도 안들어가고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고 오전 11시에 실험실에서 나와보니 사무실에 메세지를 보고
기다리는데 아침도 안먹었는데 실험실 사람들이 점심 먹자고 해서 같이 먹었어요.
자,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우리 지금부터 시작해요. 알았지? 저녁때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요."
산적에서 만난 그는 정말로 산적처럼 말했다.
계속 이어지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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