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중단편 소설

꿈꾸는 그대[4]

만년지기 우근 2012. 1. 28. 07:00

 

 

꿈꾸는 그대 [4]

                             우근 김  정  희

 

술이 많이 취했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얼굴이 정말 불그스레하다.

집앞에서 오늘도 몇십분을 헤어지기 싫다고 말한다.

집에는 동생이 들어와 있어 불이 켜져 있다가 불이 꺼진다.

"동생이 잠을 자나봐요."

"그래."

"오늘은 보내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한참동안 그 눈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이런 시절에 다가오는 사랑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뭐하구나.

언제 나는 내가 그리는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여서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가 여자 인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한참 생각에 머물다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오늘은 이만 가셔요."

"그래야 겠지요?"

오늘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남여 사이가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만난지 며칠이나 된다고 이러면 안돼.

"미스김 내가 바로 큐피드 화살에 정통으로 맞았나 봐요.

내일은 토요일 이니까?

옥천 냉면 먹으러가요.

양수리 두물머리 지나서 있어요.

가을이라서 양수리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울거 같아요."

"예."

"내일은 가장 이쁜 옷을 입고 나오세요."

"이쁜 옷이요?"

고개를 끄덕이고 집 대문을 열고 들어 갈려고 하는데 내 등을 그가 붙잡는다.

무심코 뒤를 돌아다 보는데 그가 내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준다.

나는 손으로 잘가라고 하고 대문을 닫았는데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뛰고 있는게 집에 있는 사람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날거 같았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어 ~~~. 나에게도 사랑이 정말로 다가오는구나."

시간이 얼마나 흘러 가는지 잘 모르겠다.

뛰는 가슴을 내내 간직하고 싶다.

이대로 이 ~~~ 대~~~ 로.

내내 마음에 담아 놓고 싶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어야 했다.

토요일 대학로는 가을이 점점 아름답게 무르 익어가고 있다.

출근을 해서 사장님께 말했다.

"오늘은 암연구소 납품을 하고 바로 퇴근 하겠습니다."

"그래요."

제가 내일 또 과학원과 서울의대를 들려야 하니까요.

사장님은 토요일까지 일했지만 나는 일요일도 일했다.

어쩌면 토요일과 일요일이 일하기에는 더 좋았다.

종로3가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서 암연구소로 향한다.

오늘은 그가 멀리서 보이는데 내 가슴이 얼마나 뛰는지 모르겠다.

아 ~~~.

바로 이게 사랑인가 보다.

그는 암연구소 계단을 오르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멋진 모습이다.

암연구소 2층에 먼저 들려서 납품을 하고 발주를 받는다.

토요일에는 선생님들께서 유난히 더 잘해주신다.

일요일도 마친가지다.

과학기자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에게는 아주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배움이라는게 별거던가.

분자생물학에서 말하는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시간내에 맞추어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된다.

사업이라는게 바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 입장에 서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정직하게 하면 된다.

회사에 들어온지 몇개월 안되어 벌써 나는 내 거래처를 내가 만들었다.

과학원과 서울의대가 내 목표였다.

암연구소 마지막 물건을 가지고 지하로 내려갔다.

선생님은 실험실에서 실험중 이었다.

한손에 피펫맨을 들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옆으로 돌아다 본다.

그의 눈이 내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보더니 씨익하고 웃는다.

고개를 끄덕인다.

손으로 엄지 손가락을 쳐들었다.

오늘 내 모습이 아주 멋지다는 거다.

선생님 물건을 받고 나서 실험가운을 벗는다.

"일 끝났어요?"

"예."

"그럼 나가요."

암연구소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로 걸어갔다.

양수리 길은 언제 보아도 청량감이 넘치게 아름답다.

두물머리 안에 있는 작은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좋았다.

차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말한다.

"미스김 우리는 정말 잘 통하나 봐요.

나 오늘 깜짝 놀랐어요.

오늘은 바로 그 옷을 입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가을에 맞는 분위기 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그는 조용히 말한다.

"귀 좀 빌려주세요.

화장도 너무나 이뻐요."

사랑을 하면 눈이 삐인다고 했던가?

아니면 그는 나와 정말로 잘맞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같이 본다는 거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부터 그는 더 목소리가 더욱더 정겹게 느껴진다.

운전을 하면서 슬그머니 옆에 있는 내 손을 운전대 옆으로 가져간다.

선생님 손이 따뜻하다.

"미스김 손이 차군요.

내가 항상 손을 따뜻하게 해 줄께요."

"정말요? 저는 손발이 많이 차요."

"찬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나야 해요."

따뜻하게 해 준다는 말에 나는 그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아니, 내가 추운것을 얼마나 싫어 하는지 그가 알아서 이제는 안심이다.

추위를 많이 타니까.

나는 추운 겨울이 싫다.

가을이 풍요롭게 바람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양평 강물위로 작은 섬에 있는 억새가 아름답게 바람결에 춤을 추며 흔들거린다.

기차길이 나오고 다리밑으로 들어간다.

꼬불 꼬불한 길을 한참 지나서 옥천냉면집이 나온다.

 

 

 

 

참! 딸기온라인 주문 받습니다.

맛난 겨울딸기! 2월까지만 진행합니다.^^

딸기주문 포스팅 가기

 

 

'우근 창작 한마당 > 중단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식  (0) 2018.01.08
[서울문묘]송백사랑  (0) 2012.05.28
꿈꾸는 그대[3]  (0) 2012.01.26
꿈꾸는 그대 [2]  (0) 2011.02.20
꿈꾸는 그대  (0) 201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