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중단편 소설

[서울문묘]송백사랑

만년지기 우근 2012. 5. 28. 11:16

 

 

 

 

 

[서울문묘]송백사랑

                                                       우근 김  정  희

 

나는 늘 꿈을 꾸었다.

외국에 사는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학교를 마치고 대학로로 나가는데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에게 다가와서 명륜당을 묻는다.

명륜당은 서울 문묘안에 있다.

천원짜리 지폐에 나와있는 명륜당은 문묘안에 있는데 대성전을 지나서 나온다.

명륜당 앞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는 명륜당안에 있는 은행나무를 담고 싶다고 했다.

명륜당을 들어 갈려면 서명이 필요하다.

국적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터어키라고 쓴다.

사진 아티스트인가!

그는 명륜당 안에 있는 두그루 은행나무 중에서 큰 은행나무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큰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59호로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

영혼을 다 담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삼각대가 없어서 몸을 삼각대로 이용하는데 근육질 탄탄한 몸매가 드러난다.

한곳을 향하여 몇 십분을 사진에만 몰두했다.

사진을 찍는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는데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를 바라다 보는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이 넘쳐 흐른다.

사진을 다 찍었는지 감사하다면서 그가 빙그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최고 작품이라 말한다.

명륜당을 보고 감탄하는 그를 보면서 북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우리집을 생각해 보았다.

명륜당에서 대성전을 들러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면서 나는 두나무를 송백사랑 나무라고 부른다.

아니,부부나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를 같이 마시자고 말했다.

대학로에 있는 학림카페로 올라갔다.

대학로 마로니에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학림에서 보는 대학로 풍경은 언제나 생기가 넘쳐서 젊음을 발산하고 싶어진다.

그는 자신 이야기를 했다.

터어키에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한국 전통가옥의 곡선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한국까지 나왔다고 했다.

우리집은 북촌에 있는데 200년된 한옥이랍니다.

그말에 그의 얼굴은 화훼탈처럼 변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나무결을 사진으로 담아서 터어키 학교에 보냈는데

교수님께서 훌륭한 작품이라면서 계속해서 보내 달라고 극찬을 하셨다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이날 이후 날마다 만났다.

그는 만날때 마다 명륜당을 사진에 담았고 송백나무 아래에서 내내 감동했다.

송백나무중에서 소나무가 잣나무에게 많이도 기울어져 있다.

잣나무는 엄마 품처럼 소나무를 앉아주고 있었다.

큐피드 화살이 날아와서 가슴에 꽃혔나 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활화산 문으로 같이 들어 갔다.

사랑을 하게되면 다들 알게 되는지 엄마가 묻는다.

남자 친구가 터어키 사람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달라져있는 딸 모습을 알고 먼저 집에 초대를 하라고 한다. 

북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계시기에 외국 남자친구와의 사랑에 관대하시나 보다 생각하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북촌집에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남자친구는 북촌집을 보더니 한옥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서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ㄴ자로 되어있던 옛날가옥에 ㄷ자로 식당과 화장실을 넣었다.

게스트하우스를 더 한국적으로 하기 위해서 ㄷ자 앞에는 작은 마루를 놓았다.

이집은 3대조 할아버지때부터 살아온 한옥이다.

남자 친구에게 옛날 밖에 아직도 남아 있는 화장실을 보여 주었다.

푸세식으로 냄새가 그대로 난다고 말했다.

집이 높은데 화장실을 어떻게 비웠느냐고 묻는다.

똥장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코를 막으면서 퍼갔던 시절 이야기는 엄마에게 들어서 잘안다.

그에게 북촌이 어떻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에게 사랑은 부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정식으로 청혼을 했다.

하늘이 다 감동하는 시간으로 우리 둘은 손목에 키스로 결혼을 약속했다.

그는 한국이 좋다고 한국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명륜당 노란 가을 단풍이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우리들 사랑은 깊어만 갔다.

어느날 터어키에서 할머니가 위급하다는 전화가 왔다.

그는 터어키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결혼을 알리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터어키로 돌아간 그는 일주일에 한번 전화가 오다가 한달에 한번왔다.

어느날 긴 편지 한통이 날라왔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결혼하는 걸 보아야 한다고 이미 결혼날짜를 잡았고

아니라고 했지만 엄한 집안으로 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편지였다.

엄마에게 울면서 그가 쓴 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한참 말씀이 없던 엄마가 이야기한다.

그에게 부모님은 절대로 결혼은 안된다고 설득을 했다고 한다.

겨울은 폭설로 내 슬픔을 대신해 주었다.

봄이 다시 찾아와서 명륜당을 혼자서 거닐었다.

대성전을 들어가 보니 부부 송백나무는 없어지고 잘 생긴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묘 초소에 가서 물어보니 지난해 눈이 많이 내려서 송백나무 두그루가 서무쪽으로 쓰러져 버렸다고 말한다.

서무쪽은 바로 북촌 우리집 방향이었다.

그의 편지는 바로 사랑을 깨우쳐주는 거짓말 편지였다.

사랑 하나가 별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게 보였다. 

우리 이별도 바로 그때였다.

 

 

 

 

 

 

 

송백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만 외롭게 혼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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