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중단편 소설

미스터 주

만년지기 우근 2021. 8. 20. 10:52

 

내가 왜 이럴까?
6학년 2반이 되고 나니 여지껏 살아온 인생에 대해 깊고 깊은 수렁에 빠지는거 같아.
봄에도 그래 아무도 만나지 않고 20여일을 혼자 지내면서 밥도먹기 싫어 며칠을 안먹었다가 휘청거렸는데
나는 왜 이 모양으로 늙어 가는지 살아온 인생 전체를 흔들어서 탈탈 털어 버리고 싶었다.
여름이 되어 어느날 허리가 삐끗하면서 자리에 눕고 말았다.
고3때 허리가 아파 3개월을 학교도 못갈 정도였다.
인생 전체를 다시 돌아 보기로 한다.
고3때 까지는 아니 서울로 올라와서도 나는 내 인생을 살아오지 못한거 같다.
엄마의 그늘 아니 그림자 쯤으로 보이는 내가 살아 왔다.
아빠는 정반대였다.
가정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가!
일산 요양병원에 있는 엄마부터 용서하기로 한다.
돌아가신 아빠가 제일 먼저 좋아하실거 같다.
영주는 홍순씨 전화를 통해 결혼했다고들었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영주 아버지는 S회사 부사장으로 나온다.
여비서와 바람이나서 회사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도 홍순씨에게 들었다.
이혼을 하고 광주 여자랑 결혼을 했다는데 올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혜경이랑 결혼을 했을까?
왜?
김혜경을 지금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때 혜경이는 불문과 잘 생긴 남자 친구가 있어 제외를 했던거 같다.
영주 아버지도 용서 하기로 한다.
현재 재현이도 독립을 해 혼자다.
막내 아들 기현이는 군대에 갔다.
H도 용서 한다.
신동수는 나에게 평생 죽지 말아라 하고 #공무원유족연금을 주고 갔다.
나에게 남자들이란 평생 절대로 용서 할 수 없었다.
용서가 아니라 고발해 버려야 할 인간이다.

 
하지만 양선생님과 기선생님은 3살 연하인데
어느 해인가 대전 유성 아파트에 찾아와서 양선생님 결혼을 하자고 했다.
세월이 지금이라면 오케이를 했을지 모른다.
나는 무자비하게도 이렇게 말했다.
"양선생님 아무리 내가 3살이나 어린 사람을 서방님으로 어떻게 모시고 사니?
실험실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 빨리 학위나 따."
그때 양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뒤돌아 갔다.
기선생님은 날마다 회사 사무실로 찾아 왔던거 같다.
술도 같이 많이도 마셨다.
기선생님한테 나는 말했다.
"둘째 동생 제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동생은 결혼할 애인이 있고
세째 동생은 못생겨서 그렇네 너무나 아쉬워 ~~~."
기선생님은 결국 3살 연상 노선생님과 결혼을 했다.

아프다보니 생을 정리하고 싶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생각했는데 올 여름 나는 미스터 주를 생각했다.
1980년부터 어느 토요일 두사람 파트너가 되어버린 미팅으로 만난 미스터 주 친구로만 생각했지
남자로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다 양선생님도 기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남자들을 나는 다 친구로만 생각했다.
 
나는 왜 평생 경제적인 걸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블랙 신용불량자인데도 사업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5월6일 종로세무서에가서 국세가 없어 졌다는 걸
2020년 1월17일 국세가 탕감되었는데 알려주지 않는다 한다.
기가 막혔다.
이제 남은게 지방세와 부산이 본청인 그게 또 남아 있다.
남들은 블랙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모르겠다.
신동수가 준 #공무원유족연금으로 아무것도 안해도 먹고는 살 수 있다.
내년에는 내 연금도 나온다.
하지만 나는 사업을 해서 받을것도 있지만 줄거도 있다.
미스터 주를 생각한다.
너때문이라도 나는 꼭 살아가야 한다.
사업을 해야만 갚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보고 싶은데 너는 내 생각을 왜 안하니?
미스터 주
너는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미스터 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있다.
80년 봄 어느날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 전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원남동 사거리 버스에서 내려

나를 데리고 연세대를 갔다.
518이 지나고 그해 여름
너는 여수에서 왔다고 하면서 광주에서 만났다.

나는 너에게 여자 친구도 소개를 시켰다.
동선동 너희 집에도 둘만 갔었지.
여름방학때 너의 편지를 둘째 동생 친구들에게 읽어 주었다.
김춘수선생님 "꽃" 시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미스터주 네 편지를 읽어 주던 80년 여름방학
고2 둘째 동생 친구들 눈빛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으며
편지를 읽어 주던 내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미스터 주 만나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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