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중단편 소설

꿈꾸는 그대 [2]

만년지기 우근 2011. 2. 20. 05:45

 

 

 

 

꿈꾸는 그대 [2]                       

                                                    

                                             우근 김  정  희

 

산적을 나와서 나는 대학로를 걸어 가면서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하늘은 햇살 하나와 반짝이는 광선이 안경으로 눈에 비친다.

해를 어떻게 이겨야 할까?

왜 사람은 해를 쳐다보면 눈이 가 버리는가.

우리집에는 안경을 쓴 사람이 나 혼자다.

어릴적 태양을 째려보다가 그만 눈이 나빠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항상 태양을 눈뜨고 바라보고 싶다.

썬그라스를 써도 태양빛을 바라다보면 눈이 감긴다.

그런데 그냥 보려고 했으니 이화동 네거리 신호등 앞에 까지 왔다.

기다리다가 파란불이 켜지는 순간 보았다.

태양은 오늘 바로 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서 둥둥 떠있다.

사무실에서 들어가자 마자 여기저기에서 들어 온 물건들을 정리해서

일계표와 장부 처리를 한다.

전화수신철에 쓰여진 급한 물건들을 체크 해 놓고 마음이 산란하다.

사무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살랑살랑 거리며

전화수신철 노트는 간지럽다고 펄럭 펄럭 거리고 있다.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감사합니다,진성교역입니다."

"전화 한번 빨리 받아서 좋군요. 오늘 저녁은 길 건너 이층 목마에서 먹어요.

퇴근 시간이 몇시인 줄 모르겠지만 빨리 보고 싶으니 30분 내로 오세요."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전화가 띠띠띠를 말하고 있다.

사장님은 누구 전화냐고 묻는다.

암연구소 김선생님인데 30분내로 오라고 한다 말했다.

그럼 빨리 가보라고 한다.

정리는 내일 해도 되니까.

아트박스에서 산 업무일지를 챙겨서 회사를 나왔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

이화동사거리에 신호등은 파란불이다.

길을 건너서 새로지은 건물 이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손가락5개가 얼른 오라는 손짓을 한다.

30분이라더니 벌써하고 앞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위에는 빨간장미 한송이가 가을 저녁을 풍요롭고 요염하게 웃고 있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와서 인사를 꾸벅한다.

정식으로 시키고 미디움으로 익혀달라고 주문을 하면서 여기에서 가장 맛있는 걸로

특별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레드와인을 시키고 촛불을 켜도 되느냐 묻는다.

그는 내 의견을 물어 보지도 않았다.

웨이터가 돌아간 후에 묻는다.

"이렇게 진행해도 되지요?"

"예"

누가 선생님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는지 그는 처음부터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챙기고

테이블위에도 몇번을 깨끗한지 보고 또 본다.

"나 여기에서 전화했어요."

"그런데 왜 30분이라고 말하셨어요?"

"회사니까요."

"저는 제가 먼저 들어온 줄 알았어요."

"미스김,제가 많이 까탈스러워요. 레스토랑이 맘에 안들까봐서 여기저기 들러 보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미스김 회사 가까운곳에서 저녁을 먹어야 겠어서 여기를 택했어요.

음식이 맛이 없어도 잘 먹어요.정말 좋은데는 나중에 데려 갈께요."

그는 말하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목소리는 약간씩 떨고 있다.

"예."

음식이 나오고 레드와인을 곁드리니 촛불에 녹아 떨리는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물들어져 간다.

정식코스가 끝나고 레드와인도 한병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난다.

그는 약간 얼굴이 붉은 색깔로 변했다.

여기에서 맥주를 더 마실까요.

아니면 나가서 마실까?

나가요.

이차는 생맥주로 해요.

예.

생맥주집으로 들어가서 안주를 내게 시키란다.

노가리로 주세요.

나는 생맥주집에 들어가서 그를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만들었다.

500CC 두잔이 옥수수와 같이 먼저 나왔다.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미스김은 어쩌면 나와 똑같아요."

"예?"

나도 노가리를 생맥주집에 오면 가장 먼저 시키는건데요.

"그래요? 저도 노가리를 좋아해요. 이런 노가리 보다는 더 작은 노가리요."

이문동에서 노가리를 길가에서 연탄화덕에 구워서 파는 작은 상점이 있어요.

그집에서 노가리에 맛이 들렸어요.

그래요.

나도 그집 잘 아는데 나도 그집에서 노가리 맛을 처음 알았는데 ---.

작은 노가리는 그집밖에 없어.

그래요. 다른집은 없어요.

그런데 그집은 어떻게 알아요?

저야, 대학을 그쪽에서 다녀서 알고 있지만요.

아! 집이 그 근처예요.

그런데 왜 이제서야 내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 집에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아.

미스김은 내내 예만 하다가 노가리 이야기를 하니 말이 나오는군요.

사실은 선생님과 나는 많은 차이가 있어서요.

그는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그에게 말을 아껴야 했다.

나는 원래도 별로 말을 많이 하는편이 아니지만 그에게는 더욱더 그랬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그는 내내 맑고 가벼운 이야기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미스김 키는 몇인가요?"

"키요? 169요."

"음, 그런데 더 작아 보여요."

"그래요? 너무 좋아요."

"왜? 그런데요!"

"저는 키 큰게 컴플렉스예요."

그렇다.

사실 키가 170인데 169라고하면 적어 보일지도 모른다.

"선생님은요?"

"나는 185인데 나도 키큰게 싫어서 184라고 해요."

"어, 정말요? 사실은 나도 그러는데 ~~~."

"그런데 미스김은 작아 보여요. 그래서 점심 먹으러 가면서 내가 옆에 서서보니 많이 컸어요."

사실은 나도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았다.

170에 힐을 신었으니 나랑 키가 맞을려면 적어도 183은 넘어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내가 올려다 보였다.

키는 184는 넘겠다 했다.

시간이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생맥주 잔이 몇개가 비워지고 안주도 노가리 하나를 더 시키고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에게 갖다주라고

치킨 한마리도 주문을 했다.

산적에서는 산적처럼 행동하던 그는 저녁에는 신사가 되어서 우리가 몇시간을 함께 했는데도

생맥주가 몇잔째 비워지는데도 말짱해 보인다.

나는 원래 잘 마시지만 그와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그랬는지 술이 들어 갈 수 록 점점 깨어나고 있다.

"선생님 11시반이 넘었어요."

"아,그래요."

생맥주집에서 나와서 밤하늘을 쳐다 보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데 시원하다.

"집은 어디예요?"

"바로 앞이요."

길 건너면 바로 집이다.

집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집앞에서 그는 암연구소로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손을 내민다.

나도 손을 내밀었다.

손을 한참 동안 아니 계속 손을 잡고 놔주지 않고 있다.

"내일 점심 때 마추워서 물건 가져오고 같이 점심 먹어요?"

나는 손을 잡힌 채 고개를 끄덖였다.

 

다음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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