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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나고 재미난 한글강의, 외국인들이 더 호응

만년지기 우근 2007. 9. 3. 09:16
신나고 재미난 한글강의, 외국인들이 더 호응
[현장] 김슬옹 박사의 외국인을 위한 역사바로알리기 특별순회강좌 강의
 
김영조
 

국내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수가 1백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우리만의 나라가 아닌 세계인들과 같이 살아가야 할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왕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부담이 없도록 돕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단체가 곳곳에 있는데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도 그 하나이다. 
 

  

▲“한글(훈민정음)은 모든 알파벳의 꿈, 인류의 문화유산" 강의 모습     © 김영조  

 


지난 9월 1일은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강당에서 이 센터 주최로 동북아역사재단이 주관하여 외국인들에게 훈민정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 글자인지에 대해 강의가 있었다. 훈민정음에 관한 연구를 오래 했으며,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등 관련 책도 다수 펴낸 목원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로 있는 김슬옹 박사가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엿보고자 현장에 다녀왔다.
 
강의 제목은 “<국제인의 한국사> 제7과 조선 건국과 한글 창제”이며, 부제 “한글(훈민정음)은 모든 알파벳의 꿈, 인류의 문화유산”이었다.

   
 

▲외국인 수강생들이 강의를 집중하여 듣고 있다  © 김영조   

 


과연 훈민정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참석한 30여 명의 외국인은 한국어 중고등반이어서인지 제법 알아듣는 표정이었고, 강연 내내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강연을 하는 김 박사는 각종 대학 강의 평가에서 1위를 한 명강사답게 시 낭송도 하고, 단전호흡 등 여러 가지 몸짓을 해가며, 외국인들의 주의를 끌고자 무척 애쓰는 자세를 보여 외국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김박사는 자신의 책(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아이세움)과 직접 시나리오 구성작가로 참여하고 조감독을 했던 한글영화 시디(세계로 한글로, 이봉원 감독, 국어정보학회 제작, 1996년 한글날 KBS 방영)를 선물로 주어 외국인들이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이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통해 문자 우월주의를 경계하면서 한글이 인간의 소리를 가장 잘 적을 수 있는 보편 문자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한국인의 문자가 아니라 문자 없는 민족의 기록 문자로도 유용함을 밝히고 최근 중국 연길에서 열린 “'07다중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 운남성에 있는 지노족에게 한글을 기초로 하여 글자를 만들어 주기로 합의한 사실을 설명했다.
 
 

▲강의 중인 김슬옹 박사가 휴대폰을 들고 한글의 과학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영조

 

 
또한 그는 훈민정음이 왜 과학적인 글자로 평가받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했으며, 특히 휴대폰과 컴퓨터 자판으로 알파벳보다 한글이 훨씬 적합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이든 간에 영자 자판과 비교할 때 그 운용체계가 훨씬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널 사랑해”와 “I love you”를 비교해 봐도 금방 드러난다. 자모음의 자소 자체는 한글은 10자지만, 영어는 8자로 두 자가 적다. 그러나 실제 자판을 누르는 횟수는 한글은 18번, 영문은 커서를 옆으로 옮기는 것을 제외하고도 26번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는 “컴퓨터에서 한글 자판은 왼쪽은 자음, 오른쪽은 모음으로 확연히 갈라져 배우기 쉽고 치기 쉽다. 이에 반해 영어는 모음 글쇠 위치가 일정한 원칙이 없고 실제 칠 때도 ‘read'의 경우와 같이 오로지 왼손으로만 치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영문 자판을 쓰면 한글로 쓸 때보다 컴퓨터 증후군 곧 어깨가 결리는 일이 잦다.”라고 말한다. 
 

 

▲자음자 17자 가획에 따른 배치도. 김슬옹 박사가 외국인 수강생들에게 한글이 어떻게 가획되는가를 설명한 자료  © 김영조  

  


또 그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다목적용으로 창제하여 더욱 뛰어난 문자가 되었음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주된 목적을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한국말이 중국 말라 달라서 중국 글자인 한문으로 생활하기가 무척 어려워서 자주적인 문자생활을 하려 했고, 백성이 억울한 일이 있어도 글자를 몰라서 호소할 수가 없는 사연을 없애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백성의 억울함을 없애려 한 이런 인본주의는 세계인들이 함께 살아야 할 세상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 살면서 언어 때문에 겪는 불편을 없애는 일이라는 것을 더불어 얘기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복효근의 ‘겨울 숲’이라는 시를 함께 낭송하며 “여러분과 한국인이, 여러분의 조국과 한국이 서로 더불어 숲이 되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외국인들은 감동의 박수로 화답했다.
 

▲대담을 하는 수강생 임려 씨 중국인 임려 씨는 한글의 과학성을 알게 돼 기쁘다고 했다.  ©김영조  

 

강의 뒤 수강자 중 강의 내내 가장 열의를 보인 중국인 임려(31살) 씨와 잠시 대담을 나누었다. 그는 지난 2005년 1월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으며, 중국 사천성 출신으로 중국에서 이미 한글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오늘 강의가 재미있었고, 한글이 과학적인 글자라는 걸 잘 알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임려 씨와의 대담은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직원의 제지로 충분하게 할 수 없었다. 직원은 ‘처음엔 어디서 왔느냐?’라고 물었고, 임려 씨가 지금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고만 했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다시 나타난 직원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센터에 사전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대담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이 대담이 센터의 하는 일을 잘 홍보해주는 일이라면서 잠깐이면 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그 직원은 여전히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려 사전에 홍보가 된 사안도 아니니 어찌할 수가 없었던 일이 아니냐며 잠시만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대담은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의 처사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 옥신각신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언론이 홍보를 해준다면 고마워해야 할 텐데 자신들의 일이 쉬쉬하면서 할 일인지, 아니면 하는 일에 문제가 있어 그것이 드러날까 봐 겁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강의 중인 김슬옹 박사 재미있는 동작과 함께 한 강의에 외국인 수강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 김영조 

그럼에도, 이날 강의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를 외국인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바람직한 행사임이 틀림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들도 이 한글이 얼마나 뛰어난 글자인지 잘 모른다.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먼저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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