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사랑
우근 김 정 희
어느날 밤 전화가 왔다.
"어디에 계세요?"
"집인데?"
"예? 술집이 아니구요?"
술집에서 술이 취한 찬영의 전화 목소리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찬영에게 무언가 일어났구나.
"너 어딘데?"
"용두동인데요? 택시타면 10분이면 가요. 빨리 내려오세요?"
"그래라"
무슨 일이 일어난게 분명하다.
젊은 찬영은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간다.
결혼을 했었어야 하는데 연락이 없는걸보면
"왜 결혼이 안되는 거지?"
나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골목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이 전부 다 외국사람이다.
세상 풍경이 많이도 바뀌었고 동네가 학교주변이다 보니
학생들인지 일하는 사람인지 외국사람들의 얼굴은 나이를 잘 모르겠다.
밤 11시가 넘어가니 왠지 무섭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헛기침을 몇번씩이나 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산동네에 살아가는 건 역시 체력은 확실히 좋아지려나?
몇발자욱을 내려오다가 또 외국사람들 목소리가 들린다.
빨리 이 골목계단을 벗어아야 겠다는 생각만 든다.
"돈삼이네로 와라"
내려가보니 돈삼이네도 사람이 없다.
"사장님 학생들이 방학을 했나요?"
"아니요."
"그런데 왜 학생들이 이렇게 없나요?"
"아! 학생들이 다음 주부터 시험기간이라서 그런가 봐요."
"동생 분이 오시나요?"
"아니요. 전에 회사 직원이 전화가 와서요."
"10분이면 온다고해서 슬리퍼를 끌고 왔는데 도착을 하지 못했네요."
가게로 가서 담배를 사고 나와도 도착을 하지 않는다.
AI로 고생하는 치킨집들이 와룡시장에는 줄줄이 들어서 있다.
성대 정문앞에서 더 올라오면 마을금고 골목으로 들어오면 돈삼이네가 있다.
삼겹살 가격도 올랐다.
오늘은 바쁘게 오느라고 디카도 가져오지 않았다.
하루 하루가 나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삶도 살아보아야 한다.
벌써 나는 과거에만 살아있는 사람이다.
돈과는 무관하게 벌써 일년을 그렇게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쓰레기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래,살아가면서 이런 한때를 잘 정리를 해야한다.
쓰레기처럼 살아가는 삶도 삶이 아니던가!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온다면 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내 자신에게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불편한게 있다면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때는 심적으로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었는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들에서 나는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어쩌면 그 상처를 지금 치유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시 전화가 온다.
"마을금고 앞인데요?"
"내가 지금 손짓을하고 있는데?"
그리고 전화를 끊고 찬영은 걸어서 온다.
"사장님 왜 일 안하세요?"
"이제는 올 수 있으니까? 다시 일을 시작하세요. 네?"
"저는 지금쯤은 회사가 많이 커져있을줄 알았는데요."
"아니야. 나는 지금이 더 좋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도 살아보아야지.
그래, 그렇게도 살아보아야해.
"너 결혼은 언제 하니?"
"결혼을 할 사람이 가버렸어요."
"왜? 여자친구가?"
"예. 죽었어요?"
"뭐? 하늘나라로 갔다고? 언제?"
"사장님이랑 이대 클린벤취 에이에스를 해주고 같이 제주도 놀러갔다가 와서
그 다음주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서 그대로 가버렸어요"
술잔을 기울이던 나는 그만 술잔을 테이블위에다 놓아 버렸다.
"그게 언제적 일인가!"
제작년 말인가보다.
어느 모회사에서 생명과학분야를 새로 만들어서 일을해보자고 사장님과
회식까지 했었다.
나는 회사 직원으로 찬영이와 같이 일을해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그때도 여자친구는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찬영은 말했다.
제가 지금은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일들을 하고 있으니 시간을 좀 달라고 말했다.
찬영은 항상 여자친구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찬영에게는 그 여자친구가 마치 엄마의 모습으로 보이는듯 했다.
회사에서 만나서 우리는 저녁이 늦도록 술잔을 기우리던 때가 있었다.
여자친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많이 했을것이다.
내가 여자친구를 데려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술잔으로 자연스레 손이가고 들이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죽음에 대해서 듣기는 한다.
30대에는 타인에 이야기이겠거니 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입에서 죽음을 이야기 한다.
죽음이 점점 가까이에서 손짓을하고 있다.
술이 취한 찬영에게 여자친구의 죽음은 얼마나 커다란 상처가 될까?
6년을 사귀었던 아니 결혼까지 생각을 했던 내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사랑을 떠나 보내고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로운 찬영앞에 나타난 여자친구는 엄마를 대신으로 여자를 대신으로
참 많은 사랑을 했었다고 말한다.
남자에게 여자란 무엇일까?
엄마,아내,딸이라는 세개의 큰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엄마같은 사랑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갈구 할 것이다.
나는 세상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한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알 수 있는 세상중에서 엄마만큼한 사랑이 또 있을까?
찬영도 술이 취해서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는데 횡설수설 한다.
살아온 세상을 내가 말하는것보다 나를 타인이 이야기 하는걸 듣고 싶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찬영에게 들을 수 있는 나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얼마나 잘 살아갔는지 아닌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찬영은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술을 마시다가 문득 내 생각이 났으리라.
그래서 마시던 술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왔다.
찬영의 오늘 눈물이 죽은 여자친구에게 빨리 떠나서 다는 사람과 결혼을 했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꿈인지도 모른다.
남자의 눈물을 보면서 나는 한사람의 인생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가장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가버린 사랑앞에서 후회는 없는가를 물었다.
"후회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찬영이 말을 잠시 못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태어나서 제각기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공유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찾아온 찬영은 이미 술이 만취가 되어서 잠을 자고 있다.
찬영의 고독이 내게 전화를 하게 했나보다.
취중진담이라는 이야기는 이때쯤 나오는 말이다.
가버린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마지막까지 말한다.
제주도 여행 다녀와서 그 이틀후에 만나서 이제는 안만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을까?
다음날 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병원 응급실에 갔다고 하더니
그날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간 사람은 간사람이고 너는 장가를 가야지."
"여자 친구간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그래도 나는 그렇게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잖니?"
그렇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그런 이야기도 들어줄 사람이 해줄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어쩌면 오늘 찬영은 내게 그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것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을것이다.
찬영이 마지막 남긴 말이 내내 내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
" 사장님.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몰라요."
"간 사람은 간 사람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꼭 만나야해 그래야 잊을 수 있어."
찬영에게 사랑은 가버려서 더더욱 애처롭고 안타까울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서 치유해준다고 한다.
사랑은 하나라고 말한다.
사랑은 하나이기에 간직되어야 하고 한번뿐이기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
찬영의 사랑.
가버린 사랑은 세상에 없다.
아니다.
사람이 없을뿐 사랑은 남아 있다.
잠들어있는 찬영을 깨운건 손님이 오는 소리였다.
"이제 그만 집에 가봐라."
"사장님 안녕히 계세요."
술집을 걸어서 나가는 찬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내 우울하고 마음이 무겁다.
밤하늘에 별이라도 총총하게 반짝여야 하는데 서울 하늘에서 별보기는 어렵고 달도 뜨지 않는 밤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뒷모습으로 택시가 서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가버린 사랑도 보냈으면 한다.
가버린 사랑을 혼자서 새기면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올까.
가버려서 다시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에 더 보내지 못하는건 아닐지---
보내고서 나는 술잔을 기울이며 찬영이를 다시 보낸다.
'우근 창작 한마당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목련 1 (0) | 2008.06.18 |
---|---|
중매 (0) | 2008.06.17 |
고창에 있는 임광자 선생님 생생연을 찾아갔다 (0) | 2008.06.16 |
미향아 보아라 (0) | 2008.06.12 |
꼬치아띠에서 새로개발한 해물꼬치 (0) | 2008.06.03 |